중국서 '명량' 개봉…일제만행 규탄분위기 '후끈'
국내 박스오피스 흥행신기록을 세운 영화 '명량'이 12일 오전 중국 전역에 있는 3천여 개 상영관에서 동시에 개봉됐다.

이날 오전 베이징 시내에 있는 CGV상영관에서 만난 CJ차이나와 '명량'의 중국 배급사인 페가수스 관계자는 '명량'이 한국에서 크게 성공한 영화인 만큼 중국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울 것으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배급사 측 관계자는 "영화가 이제 개봉한 상황이어서 얼마나 흥행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약 7천만 위안(124억 5천여만 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언론인과 직장인을 초청해 최근 진행한 시사회에서도 호평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중국에서 '명량해전'(鳴梁海戰)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한국어판보다 20분가량 줄어든 108분이다.

배급사 측은 전투장면 등을 압축적으로 부각하기 위해 초반 부분 등을 삭제하고 구성을 일부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명량'은 특히 중국정부가 올해 처음으로 지정한 난징(南京)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13일)과 맞물려 개봉됐다는 점에서도 중국사회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중국은 첫 난징대학살 희생자 국가추모일을 앞두고 일제만행을 고발하는 TV 시리즈물을 방영하고 생존자 증언프로그램을 내보내는 등 희생자 추모와 일제만행을 규탄하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온 상황이다.

13일 오전 난징대학살 희생자 추모 기념관에서 열리는 국가추모식에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지도부가 총출동한다.

중국 전문가들은 일본이 과거 저지른 각종 만행이 재부각되는 분위기 속에서 왜적을 무찌르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이 영화의 개봉이 그런 분위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갑작스러운 개봉일 변경도 묘한 해석을 낳았다.

'명량'은 애초 11월 28일에 개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언론과 출판, 영화, TV 등을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뒤늦게 개봉일을 12월12일로 재조정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이를 놓고 난징대학살 추모일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일부 중국언론은 이순신 장군이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선을 격파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배급사 관계자는 그러나 이에 대해 "11월 28일에는 중국영화 등을 합쳐 모두 9편이 상영될 예정이었다"며 "일정 변경은 우리 쪽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명량'을 중국에 소개하게 된 배경과 관련, "한국에서 아주 성공한 영화이고 해상 전투장면 등도 아주 훌륭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최근 고조되는 한중일 과거사 갈등문제 등과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상영관에서 만난 직장인 저우천(周臣·32·여) 씨는 "그토록 열악한 상황에서 적과 정면으로 맞선 이순신 장군의 용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며 영화 감상평을 전했다.

그는 또 "중국을 비롯해 한국은 모두 과거에 왜적에 의해 침략당한 적이 있다"며 '왜적'을 공통의 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츠예칭뱌오'(赤葉靑標)라는 필명을 쓰는 누리꾼은 유명 인터넷게시판에 올린 영화평에서 "이 영화는 시종일관 군민일심, 공동항전, 국가수호라는 정신을 통해 민족의 책임감과 자긍심을 부각한다"며 "(이순신의) 사지에서 생을 찾는 용기는 사람들의 피를 들끓게 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일부 언론도 '명량' 개봉을 비중 있게 소개했다.

중국 온라인 뉴스사이트 국제재선(國際在線)은 이 영화가 왜적에 맞서 싸운 이순신의 놀라운 용기를 그리고 있다면서 한국에서의 흥행기록 등을 상세히 전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준삼 특파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