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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음악축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outh By Southwest, 이하 SXSW)’에 가는 한국 뮤지션들이 부쩍 늘었다. 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한 ‘SXSW’는 그야말로 음악의 천국이었고, 실제로 취재를 하면서도 그것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SXSW’를 실제로 체험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다름 아닌 외국인들의 한국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었다.

이번 ‘SXSW’에는 역대 최다인 총 14팀의 한국 뮤지션들이 ‘케이팝 나잇 아웃’ ‘서울소닉 쇼케이스’와 같은 합동무대 및 개별 쇼케이스를 통해 공연했다. 미국시간으로 11일 밤 7시 반부터 새벽 2시까지 엘리시움에서 열린 케이팝 나잇 아웃에서는 잠비나이부터 넬, 할로우 잰, 크라잉넛, 이디오테잎, 박재범, 현아가 차례로 무대에 올랐다. 퓨전국악부터, 록, 일렉트로니카, 댄스음악에 이르기까지 정말 천차만별의 음악을 선보인 것이다. 이런 다양함이 한국 대중음악의 현주소이긴 하지만, 이것이 외국 관객들에게 다소 이질적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됐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이날 케이팝 나잇 아웃에는 약 1,200명의 관객이 다녀갔으며 그들 중 현지 교민, 교포와 외국인의 비율은 5대5 정도로 보였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박재범과 크라잉넛, 현아와 잠비나이의 음악을 모두 좋아했다. 박재범을 보러 온 여성 관객들은 크라잉넛의 록에 열광했고, 케이팝을 좋아한다는 외국인들은 잠비나이의 음악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프레드 슈미드 씨는 “한국은 이제 ‘쿨’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국의 다양한 음악이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들에게 한국의 음악은 뭔가 새롭고, ‘핫’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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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가가가 케이팝 나잇 아웃을 찾은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가가 측에서 놀러갈 만한 재밌는 무대를 찾자, ‘SXSW’ 측은 케이팝 공연장을 추천했다. 이에 가가는 실제로 ‘케이팝 나잇 아웃’을 깜짝 방문해 박재범과 현아의 공연을 보고, 춤까지 추며 즐겼다. 그런데 음악성과 트렌드를 중요하게 따지는 ‘SXSW’ 측에서 왜 한국의 아이돌그룹을 섭외했을까?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SXSW’에 케이팝 뮤지션이 나온다는 것이 LA타임스에 따로 보도가 될 만큼 관심을 모았다. ‘SXSW’ 측은 자신들을 통해 뭔가 새롭고 힙한 음악을 선보이길 바랐던 것 같다. 그것이 케이팝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얼굴을 비쳤던 현아를 섭외한 것은 흥행과도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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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외국인들이 한국의 음악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의 본질을 꽤 잘 잡아냈다. 가령 한 외국인은 크라잉넛에 대해 “열광적인 팬이다. 크라잉넛은 아일랜드의 술 취한 밴드처럼 재밌고 흥분되는 밴드”라고 말했다. 이 얼마나 적절한 표현인가? 한국에서도 크라잉넛의 음악에 대해 이렇게 간단명료하게 표현한 경우를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글렌체크, 로큰롤라디오의 댄서블한 음악에 백인 여성들은 열광적으로 몸을 흔들어댔다. 음악이 좋기에 자연스럽게 반응을 하는 것이다.

외국인들이 현아의 무대를 어떻게 볼 지도 궁금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현아의 공연에서는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고 남성 관객들의 반응이 거셌다. 관객들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공연을 바라보다가, 노래가 끝나자 함성을 지르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마치 야구경기에서 역전만루홈런이 터진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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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XSW’에서 특히 관심을 모은 것은 3인조 퓨전국악그룹 잠비나이였다. 외국인들은 해금, 거문고의 색다른 소리에 매력을 느꼈으며, 그 한국 악기들로 자신들에게 익숙한 록, 헤비메탈을 연주한다는 것에 친숙함을 가졌다. ‘SXSW’의 토드 퍽카버(Todd Puckhaber) 씨는 “워맥스(WOMEX)에서 잠비나이를 처음 보고 엄청난 사운드에 큰 감동을 받았다”라며 “잠비나이는 서양인들에게 익숙할 만한 어법을 가지고 있다. ‘SXSW’를 통해 잠비나이가 더 많은 이들에게 알려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흔히 케이팝은 ‘한국의 아이돌그룹의 댄스뮤직’ 정도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케이팝이란 단어와 구분하기 위해 ‘케이록’이란 말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SXSW’에서 체험한 바로는 그들은 케이팝을 장르적으로 구분하지 않았다. 하나의 현상으로 받아들였다. 그들은 케이팝을 포괄적으로 즐길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였다. 이것은 마치 과거 일본의 재패니메이션 홍콩의 느와르 영화가 세계적으로 마니아를 형성하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로 비쳐진다. 처음에 소수(아이돌)의 콘텐츠가 주목받음으로 인해 그 폭이 점점 넓어지는 것이다.

‘SXSW’에서 만난 한국음악 블로거 크리스틴 커퍼(Kristin Koffer) 씨는 흥미로운 말을 했다. 그녀는 몇 해 전부터 ‘SXSW’를 찾은 한국 밴드들의 음악을 관람해왔다. 2011년부터 ‘SXSW’를 찾은 한국 밴드 북미투어 프로젝트 ‘서울소닉’ 팀과는 친구 같은 사이가 됐다. 커퍼 씨는 “한국음악은 참 재밌다. 한국의 케이팝과 인디음악이 정반대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케이팝은 앨범 프로덕션의 퀄리티가 높다. 그리고 한국 밴드들은 정말 미친 듯한 라이브를 보여준다”라고 덧붙였다.

아시아 시장과 달리 아직 미국 시장은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소비군이 뚜렷하지 않다. 아직은 마니아층이 형성된 정도로 볼 수 있겠다. 좋은 콘텐츠가 제대로 전달만 된다면 그들은 충분히 받아들일 것이다.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한때 비디오가게에서 홍콩영화를 빌려봤듯이, 재미가 있으면 계속 볼 것이고, 재미없으면 그만 둘 것이다. 한 가지 명심할 것은 이제는 케이팝을 어느 한가지로 규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더 다양한 음악, 뮤지션들이 함께 해외에 소개돼야 한다. 이 땅의 대중음악은 이번에 ‘SXSW’에 간 14팀 말고도 무궁무진하니 말이다.

글, 사진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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