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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가 즉시 이의 제기해 부당성 밝혀야"…번복 어려워

김연아 선수가 석연치 않은 심판 판정으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자 네티즌들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항의 등 정식 불복 절차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스포츠 선수 측이 지난 경기 결과를 뒤집으려면 판정의 부당성이 심각해야 하고 이의 제기 자체도 신속해야 한다"며 해당 요구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 부당성 밝히기 쉽지 않아

21일 한 인터넷 청원 사이트(www.chang.org)에선 `소치 겨울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 심판 판정에 대한 조사와 재심사를 촉구한다'는 제목의 서명 운동의 열기가 뜨겁다.

오후 4시 현재 107만여명이 서명하며 김연아가 러시아 선수에 비해 현저히 불리한 판정을 받았다는 견해에 동의하고 있다.

청원서 수신인은 국제빙상연맹 측이다. 하지만 정식 불복 절차를 위해선 당사자인 김연아나 대한빙상연맹이 직접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경기를 마친 김연아가 자신의 기록에 담담한 반응을 나타내서 절차 개시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아울러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판정의 부당성을 밝히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상대편이 심판의 재량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국내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국제빙상연맹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의가 기각되면 스포츠 중재재판소로 갈 수 있다"며 "소치 현지에도 특별 중재판정부가 구성돼 있을 것"이라며 "실체적으로 판정에 상당한 잘못이 있어야 하고 절차적으로 즉시 이의를 제기했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국제 중재 전문가는 "스포츠법은 경기 결과의 번복을 굉장히 예외적으로 허락한다"며 "그것을 방치하면 해당 스포츠의 근본적인 체계가 흔들리겠다 싶은 정도의 오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국내외 비슷한 사례 살펴보니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실격 판정을 받은 김동성 선수의 사례는 이런 어려움을 드러낸다.

김동성은 즉시 이의를 제기하고서 국제빙상연맹·국제올림픽위원회 항의서 제출, 스포츠 중재재판소 제소했지만 금메달을 찾는데 실패한 바 있다.

반면 같은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페어에서 수차례 실수한 러시아 선수가 캐나다 선수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후 판정 시비가 일어 결국 공동 금메달이 수여된 경우도 있었다.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가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한 것은 프랑스 심판이 "러시아 선수에 유리하게 채점하라는 프랑스빙상연맹의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했기 때문이다.

국내 선수가 제기한 이의가 모두 수포가 된 것은 아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이른바 `독도 세리머니'를 해 징계 위기에 놓인 축구 국가대표 박종우 선수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징계위원회에 정상 참작을 요구해 동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경기 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는 아니지만, 최근에는 도핑 검사 절차를 위반해 중징계를 받은 배드민턴 국가대표 이용대 선수와 김기정 선수 사건이 스포츠 중재재판소에 계류돼 있다.

지난 14일 항소중재부에 항소장을 제출한 두 선수는 국제배드민턴연맹 측의 서면을 받아본 후 오는 4월께 직접 변론에 나설 예정이다.

선수들을 대리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박은영 국제중재팀 공동팀장은 "상반기 중에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