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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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이 ‘흥행 우량주’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치열한 격전지가 예상됐던 2013년 43주차(10월 25일~27일) 극장가는 예상외로 싱겁게 끝났다. 손예진 김갑수 주연의 ‘공범’이 손쉽게 선두에 올랐다. ‘그래비티’가 선사한 우주 체험에 나선 대중의 발걸음은 2주차에도 쉼 없이 이어졌다. 배우 박중훈의 첫 연출 도전과 아이돌이 아닌 배우의 옷을 ‘제대로’ 입은 이준의 주연 데뷔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2013년 43주차(10월 25일~27일) 박스오피스 순위.
2013년 43주차(10월 25일~27일) 박스오피스 순위.
2013년 43주차(10월 25일~27일) 박스오피스 순위.

28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손예진 김갑수 주연의 ‘공범’이 611개(상영횟수 1만 46회) 상영관에서 64만 8,192명(누적 76만 9,151명)을 동원해 개봉 첫 주 1위로 데뷔했다. 같은 날 개봉된 한국영화 ‘톱스타’, ‘배우는 배우다’에 비해 월등히 좋은 조건에서 관객을 만났고, 그 결과 역시 압도했다. 손예진은 그간 해 왔던 다수의 영화 중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한 작품은 단 1편에 불과하다. ‘대박’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는, 안정적인 ‘흥행 우량주’다. ‘홈런’까지는 아니더라도 ‘안타’는 꾸준히 치는 배우다. 투자 배급사 입장에서 가장 믿고 쓰는 배우 중 한 명이다. 한국 영화 3편이 동시 개봉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상영관수, 상영횟수 등 모든 면에서 ‘공범’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그래비티’는 531개(8,840회) 상영관에서 58만 162명을 더했다. 누적 관객 수는 173만 8,818명으로 이번주내 200만 돌파가 유력하다. 개봉 첫 주 1만 1,664회였던 상영횟수가 3,000회 가량 감소했다. 주말 3일 기준 좌석수도 242만 5739석에서 172만 7,868석으로 70만 석 줄었다. 약 30%의 감소세다. 하지만 관객 수는 18.8%(13만 4,213명) 하락에 멈췄다. 상영횟수, 좌석수의 감소폭보다 적은 수치로 입소문이 그만큼 세다는 의미다. 좌석 점유율은 ‘그래비티’의 위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26일 40.5%, 27일 38.2%로 대규모 개봉된 상업영화 중 1위에 해당한다. 또 27일 기록은 대규모 상업영화 중 유일한 40%대 좌석점유율이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건 수익. 3D, 아이맥스 등을 강조한 ‘그래비티’는 56억 2,131만 8,500원의 매출을 올려 46억 3,974만 1,681원의 ‘공범’을 넘어섰다. 누적 2억 달러 돌파를 앞둔 북미 극장가에선 올해 개봉작 중 9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10위권 내 한국 영화 7편, 각각 다른 속내

영화 ‘화이’, ‘소원’, ‘배우는 배우다’, ‘톱스타’ 스틸 이미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영화 ‘화이’, ‘소원’, ‘배우는 배우다’, ‘톱스타’ 스틸 이미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영화 ‘화이’, ‘소원’, ‘배우는 배우다’, ‘톱스타’ 스틸 이미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화이’와 ‘소원’은 전주에 비해 상영횟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소원’은 개봉 4주차, ‘화이’는 개봉 3주차 주말을 각각 보냈다. 하락 시점이 왔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톱스타’와 ‘배우는 배우다’는 개봉 첫 주말을 보냈다. 상영 횟수 면에서 월등히 앞섰다. 많게는 1,500회에서 적게는 700~800회 앞서 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관객 동원은 정반대다. ‘화이’와 ‘소원’이 ‘톱스타’와 ‘배우는 배우다’를 2배 격차로 따돌렸다.

‘화이’와 ‘소원’은 358개(3,987회) 상영관에서 16만 9,192명(누적 225만 2,502명), 331개(3,840회) 상영관에서 14만 5,994명(누적 254만 2,518명)을 각각 기록했다. 순위는 전주보다 한 계단 하락한 3~4위에 자리했다. 전주 7,301회, 6,087회였던 상영 횟수는 2,000회 이상 줄어들었다. 관객 수 역시 53,7%(19만 5,971명), 54.0%(17만 1,640명) 감소했다. 누가 보더라도 뚜렷한 하락세다. 또 두 작품 모두 200만을 넘는 흥행에 성공, 하락세에 들어섰다 하더라도 아쉬울 게 없다.

하지만 ‘톱스타’와 ‘배우는 배우다’의 입장은 다르다.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으로 일찌감치 관심을 모은 ‘톱스타’는 396개(5,441회) 상영관에서 9만 4,551명(누적 11만 8,071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또 아이돌이 아닌 배우의 냄새를 풍긴 이준 주연의 ‘배우는 배우다’는 297개(4,600회) 상영관에서 6만 3,030명(누적 8만 5,280명) 동원에 머물렀다. 개봉 첫 주 10만 관객 모집도 실패했다. 주말 3일 동안 좌석수를 비교해도 ‘톱스타’는 87만 2,265석으로, ‘화이’(61만 1,508석)와 ‘소원’(56만 7,963석)에 비해 월등히 높다. ‘배우는 배우다’ 역시 61만 5,836석으로 근소하게 앞서 있다. 공교롭게도 ‘톱스타’와 ‘배우는 배우다’,두 작품 모두 톱스타의 흥망성쇠를 그렸지만 아무래도 대중에겐 그다지 흥밋거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와 뜬금없는 ‘열애설’로 인터넷을 달군 천정명 김민정 주연의 ‘밤의 여왕’은 첫 주 몰이에 그쳤다. 개봉 2주차 주말을 보낸 두 작품은 각각 167개(1,230회) 상영관에서 2만 6,616명(누적 26만 2,856명), 135개(787회) 상영관에서 1만 4,870명(누적 24만 7,270명)을 모았다. 전주보다 4계단 하락한 8~9위다. 다음주엔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전망이다. 두 작품의 흥행 추이는 상당히 아쉽다. 하지만 개봉 첫 주 비슷한 상영관수와 상영횟수를 보인 ‘톱스타’, ‘배우는 배우다’의 사정보다 좋은 편이다. ‘롤러코스터’는 개봉 첫 주 374개(5,551회) 상영관에서 약 15만 관객을 모았고, ‘밤의 여왕’은 333개(5,249회) 상영관에서 13만 6724명을 동원했다.

한국 영화가 가득한 박스오피스 순위표에 이름을 내민 외화는 ‘그래비티’와 함께 ‘캡틴 필립스’다. 2009년 소말리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해적 납치 사건을 바탕으로 한 실화 ‘캡틴 필립스’는 302개(3,158회) 상영관에서 9만 9,962명(누적 15만 2,017명)으로 개봉 첫 주 5위에 올랐다. 물론 눈에 띄는 성적은 결코 아니지만 같은 날 개봉된 한국 영화의 부진 때문에 좀 더 눈길을 모은 것 뿐이다.

‘노브레싱’은 소녀 팬을 모을 수 있을까? ‘토르’의 기세는?

영화 ‘노브레싱’(왼쪽), ‘토르:다크월드’ 스틸 이미지.
영화 ‘노브레싱’(왼쪽), ‘토르:다크월드’ 스틸 이미지.
영화 ‘노브레싱’(왼쪽), ‘토르:다크월드’ 스틸 이미지.

44주차 극장가는 이종석과 서인국, ‘핫’한 청춘스타를 ‘노브레싱’이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소녀 팬의 절대적인 환호성을 이끌어낼 예정이다. 예매율부터 심상치 않다. 28일 오전 10시, 통합전산망 예매율에서 31.2%로 1위에 올라있다. 첫 주에는 확실히 바람을 탈 전망이다. 아직은 미비하지만 주말을 향해 갈수록 ‘토르:다크월드’가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올 게 예상된다. 여기에 주상욱, 양동근 주연의 ‘응징자’도 호시탐탐 관객의 눈길을 유혹한다. 이 외에 고 박철수 감독의 유작 ‘녹색의자2013-러브 컨셉츄얼리’, 서지석 홍수아 한수아 주연의 ‘연애의 기술’ 등이 관객을 만난다.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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