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
지드래곤
지드래곤

지드래곤은 남자 아이돌 특유의 웅장한 안무를 소화하지 않지만, 존재감만으로도 무대 장악력과 관객을 압도하는 힘을 발휘한다. 지드래곤은 빅뱅 멤버일 때, 솔로일 때 모두 각기 다른 자신의 음악적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는 아티스트다. 그런 지드래곤이 솔로 2집을 발표하면서 음악방송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사실 지드래곤의 무대는 최근 몇 년 동안 SBS ‘인기가요’에서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행동반경을 넓혀 엠넷 ‘엠카운트다운’과 KBS2 ‘뮤직뱅크’ 출연을 결정해 그의 무대를 더욱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뮤직뱅크’는 무려 4년 만의 출연이다. 넓어진 활동무대만큼 지드래곤이 세운 기록도 남다르다. 지드래곤은 ‘블랙(Black)’, ‘쿠데타’, ‘니가 뭔데’, ‘삐딱하게’ 등 수록곡 중 4곡이 음악방송에서 1위를 차지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지드래곤이 세 방송사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준 무대는 ‘삐딱하게’다. ‘삐딱하게’는 수록곡 중 가장 많은 1위를 차지한 노래다. ‘삐딱하게’는 지드래곤이 프로듀서 테디와 공동으로 작사 작곡한 곡으로 강렬한 록 사운드가 돋보인다. 댄서들과 함께 무대를 뛰놀며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이 무대의 특징이다. 지드래곤은 지난 9월 9일 가진 기자 회견에서 자신의 음악 스타일에 대해 “음악에서도, 가사에서도, 무대에서 하는 제스처, 표정 스타일링에서도 ‘날티’를 기본으로 잡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자신이 무대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그는 자신의 스타일이 가장 잘 맞는 곡으로 ‘삐딱하게’를 꼽으면서 그만의 ‘날티’ 스타일을 드러내고 있다.

‘삐딱하게’는 포인트 안무를 정확하게 잡는 특별한 카메라워크는 필요하지 않다. 대신 무대 세트와 조명 등을 통해 지드래곤만의 ‘날티’를 흥겹게 살려야 한다. 여기에 컴백 무대라는 특별함을 더한다. 처음으로 노래를 공개하는 컴백무대는 더욱 임팩트 있고 특별할 무대를 꾸며야 하는 만큼 방송사의 역량이 묻어난다. 과연 어떤 음악방송이 ‘삐딱하게’ 컴백 무대를 가장 잘 살렸을까? 이번 주 텐카메라맨에서는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무대를 포인트별로 살펴보지 않고, 각 방송사의 ‘삐딱하게’ 무대 세트와 분위기 위주로 총평했다.

# 2013년 9월 12일&26일 Mnet ‘엠카운트다운’ 무대

엠카 지드래곤 무대
엠카 지드래곤 무대

‘엠카운트다운’(이하 엠카)의 무대 세트는 흡사 홍대의 거리를 연상케 한다. 그래피티를 장식한 벽과 함께 거리를 재현한 세트에서 함께 뛰며 춤추는 댄서들의 모습이 지드래곤의 ‘날티’를 그대로 살렸다. 자유분방한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세트였다. 지드래곤도 무대 배경과 어울리는 그래픽 티셔츠와 함께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 십자 무대로 이뤄진 무대와 팬들이 자리한 스탠딩석은 지드래곤이 무대를 누빌 수 있는 발판이 됐다. 여기에 댄서들로 YG 차기 남성그룹을 두고 배틀을 펼치고 있는 ‘윈’ 멤버들이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무대 뒤쪽 그래피티 세트와 가운데에서 노래하던 지드래곤은 ‘오늘 밤은 나를 위해’부터는 무대 앞으로 튀어나오며 흥겨운 공연 분위기를 즐겼다.

‘삐딱하게’에서 주의할 점은 댄서가 없이 지드래곤이 홀로 노래를 부를 때 자칫 허전한 느낌을 자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엠카는 급격한 줌인과 줌아웃을 통해 역동적인 카메라워크를 선보여 허전함을 메꿨다. 후렴구에서 ‘아무도 없어’, ‘의미 없어’ 등 마디마다 함께 외치는 ‘어!’에도 카메라워크를 통해 박자를 살리고 효과를 줬다. 화제성이 잇는 ‘윈’ 멤버들의 댄서 출연으로 자칫 댄서와 가수 모두 어정쩡하게 카메라를 비출 수도 있지만, ‘엠카’는 풀샷을 적절히 사용하면서 지드래곤을 중심으로 잡고 흐트러지지 않았다. 후반부에는 무대 경계선을 따라 불꽃을 터져 더욱 화려하고 신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마지막으로 떨어지는 폭죽 가루를 맞으며 누워있는 지드래곤의 클로즈업은 임팩트를 남겼다. 무대 규모는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지드래곤의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볼 수 있는 무대였다.

26일 ‘엠카’에서 선보인 무대는 컴백 무대보다 더욱 화려해졌다. 십자 형태의 무대 구성을 더욱 넓혔고, 곳곳에 계단이 있어서 역동적인 무대를 만들 수 있게 했다. 흰 선과 검은 선이 교차되는 무대 바닥 무늬는 지드래곤의 흑백의상과 절묘한 효과를 줬다. 여기에 무대 뒤로 대형 전광판에는 빨강, 노랑, 초록 등 형형색색으로 이뤄진 영상이 무대 장식과 대비돼 방방 뛰는 신나는 분위기를 부추겼다.

# 2013년 9월 15일 SBS ‘인기가요’ 컴백무대

인가 지드래곤 무대
인가 지드래곤 무대

‘인기가요’에서 ‘삐딱하게’ 컴백무대는 한 편의 영화를 방불케 했다. 몽환적인 느낌의 도입부가 흘러나올 때는 전광판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바다 속으로 변해 상어도 헤엄친다. 그리고 무대를 시작하기 전 파란색의 형태로 지지직거리듯이 화면 속에 나타나는 지드래곤의 모습은 신비감을 자아낸다. 노래가 시작하자마자 바뀌는 형형색색의 전광판 속 보조 영상은 눈이 아플 정도로 역동적이고, 때로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까지 생각날 정도로 화려하다.

카메라워크도 화려함을 더한다. 카메라 앵글은 박자 하나하나를 쪼개고, 화면을 채웠다. 대체 사전녹화를 몇 번이나 진행했을까 궁금증이 생길 정도로, 소절마다 박자감이 살아 있다. 천장에서 내려다보는 앵글, 클로즈업, 풀샷, 지미짚의 활용 등 카메라의 앵글도 다양하게 구성됐다. 어둡고 빨간 조명이 주로 이뤄져 무채색 의상을 입은 댄서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대신 지드래곤이 빛이 났다. 지드래곤은 파란색 정장으로 어디서든 눈에 띄었다, ‘엠카’가 자유분방한 홍대의 날티 분위기였다면, ‘인기가요’는 강남에서 분위기를 잡고 럭셔리하게 즐기는 고급스런 날티 분위기였다. 팬들 사이에서 누워서 노래를 부르는 지드래곤의 모습은 명장면으로 남을 것이다.

# 2013년 9월 27일 KBS2 ‘뮤직뱅크’ 컴백무대

뮤뱅 지드래곤 무대
뮤뱅 지드래곤 무대
‘뮤직뱅크’는 지드래곤이 오랜만의 출연을 제대로 반기기에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KBS 노조 총파업의 영향으로 이날 ‘뮤직뱅크’ 출연진은 모두 립싱크 방송을 해야만 했다. 지드래곤처럼 라이브 무대가 익숙하고, 현장의 생동감을 이용하는 가수들에게는 오히려 립싱크가 독이 됐다. 조금의 어색한 입맞춤이 보이긴 했지만, 립싱크는 무대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

‘뮤직뱅크’의 가장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어두운 조명이었다. 천장에 달린 원형 전광판을 위주로 무대 세트가 구비됐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조명은 지드래곤의 검은 가죽 옷과 맞물려 지드래곤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 게다가 댄서들의 옷도 검은색 계열의 옷이 많아 가라앉는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후반부에 무대 주위로 터진 불꽃이 그나마 무대의 역동성을 살렸다. 무대는 정말 넓었지만, 다른 음악방송에서는 무대 전체를 누비며 돌아다니던 지드래곤이 이번에는 무대 가운데 주위에서만 조금씩 움직일 뿐 역동적인 모습이 부족했다. 마지막에 댄서들을 포함해 지드래곤이 눕는 퍼포먼스에는 작은 조명들이 모두 지드래곤을 향해 비춰졌다. 그런데 이는 오히려 지드래곤마저도 보이지 않게 했다. 차라리 핀조명 하나를 제대로 이용했으면 어땠을까.

카메라는 가사의 내용에 맞게 안무를 선보이는 댄서들의 모습과 뛰면서 자유롭게 춤을 추는 모습을 적절히 담아냈다. 그러나 지드래곤이 댄서들이 없이 혼자 노래할 때, 카메라 앵글이 천천히 움직여 가끔씩은 허전했다. 무난하고 평범했던 ‘뮤직뱅크’는 지드래곤의 주체하지 못하는 날티를 살리기에는 아쉬웠다. 총파업이 끝난 이후가 궁금하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KBS, SBS, Mnet,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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