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조연출 조주연(오른쪽) 이재석 PD가 편집 중이다
‘아빠! 어디가?’ 조연출 조주연(오른쪽) 이재석 PD가 편집 중이다
‘아빠! 어디가?’ 조연출 조주연(오른쪽) 이재석 PD가 편집 중이다

지난 주 MBC ‘일밤’의 코너 ‘진짜 사나이’ 조연출들의 일주일 스케줄 표를 공개했다. 잠 못 자며 일하는 것은 일상, 여가생활이나 연인 가족과의 사생활은 포기한 채 일하는 대한민국 조연출들의 현실을 알 수 있었다.

‘진짜 사나이’ 조연출 다음으로는 ‘일밤’의 또 다른 코너 ‘아빠! 어디가?’의 조연출들을 만나보았다. 일주일 한 두 번 귀가, 밤과 낮의 경계가 불분명한 근무시간 등 이들의 월화수목금토일도 큰 차이는 없었다. 현미경을 들이대 이번에는 조연출들의 24시간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수요일 5PM : 요일과 금요일은 ‘아빠! 어디가?’ 조연출들에게 가장 바쁜 날. 그나마 짬이 나는 것은 수요일이다. 이날 오전 가편 시사가 열렸고 수정 사항을 회의했다. 지금은 짬이 나 집으로 향하고 있다. 가자마자 침대에 누워 잔다. 그러나 숙면을 취하기는 힘들다. 잠깐 눈을 붙인 뒤, 일어나 샤워를 하고 다시 출근준비를 한다.

수요일 9PM : 다시 출근하니 어느 새 어둑한 밤이다. 가편 회의에서 나온 부분을 수정해야한다. 오늘도 밤은 꼴딱 새야한다. 어느 정도 마무리 됐다 싶어 담배를 피러 나가보니 어느 새 날이 밝아온다.

목요일 5AM : 대강 마무리가 된 것 같다. 사이사이 잠깐 쪽잠을 자기도 한다. 편집실에는 대부분 긴 소파가 있는데, 이제는 집에 있는 침대보다 더 익숙한 공간이다. 담요를 덮고 다리를 쭉 펴니 천국이 따로 없다. 그러나 길게 잘 수는 없다. 간간히 1,2시간 정도 눈을 붙이고 일어난다.

‘아빠! 어디가?’ 김우중 PD가 자고 있다
‘아빠! 어디가?’ 김우중 PD가 자고 있다
‘아빠! 어디가?’ 김우중 PD가 자고 있다

목요일 8AM : 다시 자막을 쓴다. 이럴 때 보면 조연출들은 좀비 같다는 생각도 든다. 먹고 자고 편집하며 편집실에서 숙식하고 기생(?)한다. 때로는 답답하긴 하다. ‘아빠! 어디가?’나 ‘일밤’ 조연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방송가 사람들이 거의 다 이렇다. 여가생활도 없고, 연애도 못하고, 친구들도 못 만난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다. 결혼한 조연출들은 아내나 남편한테 늘 죄인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버티는 이유? 일에 대한 애정 때문이다.

목요일 12PM : 하루 종일 자막을 써야만 하는 오늘, 점심시간에는 도시락을 시켜 먹어야 한다. 가끔은 6명의 조연출들이 모여 밥을 먹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계속 작업을 해야만 한다. 불규칙한 생활 탓에 방송일 하는 사람들은 각종 질환들을 달고 산다. 밤을 너무 새다 보니까 체력이 축나는 게 느껴진다. 피로회복제 세트라고 약국에서 파는 게 있는데 우리의 단골 메뉴다.

조연출들이 애용하는 피로회복제 세트, 약국에서 판다
조연출들이 애용하는 피로회복제 세트, 약국에서 판다
조연출들이 애용하는 피로회복제 세트, 약국에서 판다

목요일 4PM : 오늘도 집에는 못 들어가는 날. 지금 한창 작업 중인 자막 편집 작업은 아마도 내일 새벽에야 끝이 날 것이다. 그러면 또 잠깐 집에 들어가 눈 붙이고 나온 뒤, 토요일까지 완제를 만들어야 한다. 집은 정거장처럼 잠깐 들렀다 나오는 곳 같다. 쉬는 날은 대체 언제냐고? 토요일 완제가 완성되니 그날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쉴 수 있다. 실은 하루도 못 쉬는 스케줄인데, 그 하루라도 쉬는 게 감지덕지다. 그나마도 연출 형(강궁 PD, 김유곤 PD)들이 많이 이해를 해주고 배려를 해주는 편이라 가능한 스케줄이다. 힘들어 보인다고? 힘들다. 늘 편집실에서 살다보니 방송국에 들어오기 전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과는 거의 못 만난다. 이제는 365일 붙어서 숙식을 함께 하는 회사사람들과 가장 친하다. 그래도 팀워크가 워낙 좋고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온다. 힘들지만, 하루하루 견디는 것은 결코 아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은 참 재미있다.

글,편집. 배선영 sypova@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