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인천대 송도캠퍼스 대운동장에선 한국이라고는 믿기 힘든 낯선 광경들이 펼쳐졌다. 이슬람 여성이 머리와 상반신을 가리기 위해 쓰는 ‘히잡’을 쓴 채 축구하는 말레이시아 여성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운동장 한쪽에선 한·일 축구경기 열기에 버금간다는 인도와 파키스탄 출신 학생들의 크리켓 라이벌 경기가 열렸다. 축구장에선 남미와 유럽 출신 학생들이 자존심을 걸고 현란한 축구 솜씨를 뽐냈다.

인천 송도에선 이날 전 세계 70개국 2000여명의 주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참가한 ‘전국 외국인유학생 문화 스포츠 대축제’가 열렸다. 비영리기구인 주한유학생협의회(KISSA)가 주최한 이 행사는 한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교류와 친한(親韓)엘리트 육성을 위해 개최됐다. 정부기관과 시민단체를 통틀어 외국인 유학생 참여 행사로는 최대 규모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외국인 전용카지노 세븐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GKL·대표이사 류화선)가 이번 행사의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유럽의 몰도바, 북중미의 벨리즈,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등 이색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70개국에서 온 유학생들은 이날 한자리에 모여 축구, 농구, 배구 등 다양한 스포츠경기와 씨름, 줄다리기 등 한국 전통경기를 통해 친목을 다졌다.

경기 시작 전 몸풀기 운동으로 2000여명의 외국인 유학생이 한꺼번에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각국의 전통 악기들이 동원된 응원과 오랫동안 준비한 치어리딩이 경기마다 분위기를 뜨겁게 북돋웠다. 운동장 한쪽에는 각국의 먹거리 장터도 열렸다.

한국 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을 퍼포먼스로 표현하는 ‘한국을 표현하라!’ 콘테스트도 열렸다. 한국 생활에서 접하는 문화를 자신들의 전통문화와 접목해 재치 있게 표현한 팀들이 많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벌였다.

부산대 대학원에 재학 중인 중국 출신 려순양 씨(25)는 “앞으로도 외국인 유학생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경의 KISSA 회장은 “이번 행사를 선진 유학생 지원정책에 동력이 되는 축제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행사를 후원한 GKL의 송덕종 경영지원실장도 “내년에는 한국 학생들도 대거 참여하는 화합의 장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도=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