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흥행사 새로 쓴 '도둑들' 제작자 안수현 대표

"'도둑들'은 흥행만을 계산해서 감독의 개성과 스타일을 포기한 영화가 아닙니다.

감독이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어한 것들을 폭발시킨 영화고 거기에 대중이 쉽게 공감한 거죠."
영화 '도둑들' 제작자인 안수현 케이퍼필름 대표는 지난 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 영화의 가치를 이렇게 정리했다.

'도둑들'은 2일 배급사 기준으로 누적관객수 1천302만 명을 넘어서며 '괴물'(1천301만9천740명)을 제치고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도둑들'의 놀라운 흥행 원동력으로 '완성도 높은 오락영화, 재미에만 집중했다'는 분석이 많았지만, 안 대표는 "최동훈 감독은 자기 영화 세계 안에서는 타협하지 않고 어마어마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라며 상업적인 성공으로만 영화를 재단하는 시선을 안타까워했다.

감독과 제작자로 최동훈 감독과 힘을 합쳐 영화를 만든 안 대표는 최 감독과 부부 사이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영화계에서 만난 두 사람은 2007년 결혼하고 제작사 케이퍼필름을 차려 함께 '도둑들'을 만들었다.

최 감독과 함께하기 전 안 대표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 '복수는 나의 것'을 비롯해 여러 영화에 프로듀서로 참여해 능력을 발휘했다.

그는 '도둑들' 속편 계획에 대해서는 "만들고 싶긴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안 대표와의 문답 내용.
--'괴물'을 넘어 한국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소감은.
▲좋다.

무엇보다 한국영화 관객이 늘어나고 여기까지 온 느낌이 좋았다.

하지만 기록이란 게 결국 계속 깨 가고 깨지는 것 아닌가.

--이런 기록이 어떻게 가능했다고 보나.

▲결과를 보는 거니까 그 과정을 내가 분석할 순 없을 것 같다.

많은 분이 영화를 재미있어하셨다는 건데…, 나도 궁금하다.

아무래도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배우들로 멋지게 영화가 만들어졌으니까 관객들이 재미있게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특히 감독과 배우, 스태프가 많이 노력했고 잘했다고 본다.

--제작자로서 애초 예상 기록은 어느 정도였나.

▲사실 내가 제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영화가 어느 정도 흥행하겠구나 하고 잘 맞추는 제작자는 전혀 아니다.

그저 손익분기점을 넘었으면 좋겠다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배우들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연기하면서 영화가 만들어지는 걸 보니까 나도 재미있었고 영화를 빨리 보고 싶다고 느꼈기 때문에 '잘 되겠구나' 생각은 했다.

결국 좋은 영화는 천만(관객)도 가게 되는구나 하고 느끼는 중이다.

--부부가 함께 영화를 만든 게 영화의 성공에 도움이 됐다고 보나.

▲어쨌든 두 사람이 일하면서 만들어지는 호흡이란 게 있으니까 더 많이 치열하게,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같이 일하는 데 서로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싫으니까.

워낙 영화판에서 친구로 오래 지냈고 각자 영역에서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서로 잘한다고 얘기해주곤 했는데 막상 같이 일할 때에는 더 잘해야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것 같다.

--영화를 만들면서 싸우지는 않았나.

▲서로 의견이 달라도 싸우지는 않았다.

대신 얘기를 더 많이 했다.

촬영 현장 자체가 힘든 촬영이 워낙 많아서 모든 사람들이 제작자나 감독을 보고 있는데 둘이 싸우면서 현장의 팀워크와 사기를 흐트러뜨리면 안 되니까 최대한 안 싸우려고 노력했다.

--'도둑들'의 성공 요인으로 의미나 메시지보다 재미에만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전에는 박찬욱 감독과 함께 예술성 짙은 영화들을 만들기도 했는데.
▲범죄와 캐릭터 얘기를 잘 만들어내는 게 최동훈 감독의 스타일인데 그게 대중들이 공감하기 쉬운 부분이라는 거다.

그런 면에서 박찬욱 감독님의 영화는 아주 많은 대중이 소통하고 공감하기는 어려운 것이고. 나는 감독이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폭발시켜 연출하는 걸 좋아한다.

최 감독이 일할 때 옆에서 받는 느낌은 자기 영화 세계 안에서는 타협하지 않고 어마어마하게 노력한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박찬욱 감독이나 최동훈 감독이나 나에게는 같은 의미로 느껴진다.

최 감독은 영화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정말 어마어마하게 노력을 한다.

영화에 쏟은 시간이나 예산, 노력은 엄청나다.

'도둑들'은 대충 만든 영화가 아니고 감독의 개성이나 스타일을 포기한 영화도 아니다.

감독이 잘하고 하고 싶어하고 핸들링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들을 폭발시킨 영화다.

'천만 관객이 봐야 하니까'라는 계산으로 만든 것도 아니었다.

그저 멋지게 만들어서 관객들이 즐겁게 봤으면 좋겠단 거였다.

그런데 마치 장삿속을 갖고 만든 영화인 것처럼, 흥행만을 계산해서 만든 것처럼 얘기하는 것이 조금 속상하다.

--수익이 많이 났는데 기분이 어떤가.

▲망하는 것보다야 당연히 좋다.

영화를 위해 애쓴 분들과 함께 나눌 수도 있고. 영화에 대한 열정만 갖고 사람들에게 손해를 입히면서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데 아직 정산이 안 돼서 얼마나 벌었는지 모른다.

3개월 후 정산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내년 1월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도둑들2'도 만들건가.

▲만들고 싶다.

하지만 관객들이 재미있어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써야 하니까 쉬운 일이 아니다.

또 국내 시장 상황에서 속편을 만든다는 게 어려운 것 같다.

많이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다음 행보는.
▲'도둑들' 시나리오에 참여한 이기철 작가의 감독 데뷔작과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최 감독의 근황은.
▲차기작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갔다.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