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가 된 지 12년째에 전성기를 맞았습니다. 예전에도 전성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말도 안되는 일이 생겼네요. 네티즌 말대로 의도한 바 없이 ‘강제진출’했기 때문에 얼떨떨할 따름입니다. 선배들이 만든 K팝 브랜드에 편승해 성공했습니다.”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로 ‘월드스타’가 된 가수 싸이(박재상·35)가 25일 미국에서 돌아와 서울 삼성동 라마다서울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싸이는 ‘강남스타일’을 발표한 한 달 뒤인 지난 8월15일 미국 진출 등을 타진하기 위해 떠났다가 열흘 후 일시 귀국한 뒤 이달 5일 재출국했다.

“3주간 미국 활동을 하며 성과가 없으면 어쩔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좋게 나오고 많은 것을 얻어 다행입니다. 오늘 아침 공항에 취재진이 몰린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연예인이 된 뒤 이런 환대는 처음이니까요.”

‘강남스타일’은 미국 아이튠즈 종합 싱글 차트인 ‘톱 송즈 차트’ 1위 및 빌보드 싱글 메인 차트인 ‘핫 100’ 차트 11위에 각각 올랐다. 한국 가수나 한국어 노래 사상 최고 순위다.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덴마크, 네덜란드, 폴란드, 헝가리,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30개국 아이튠즈 차트 1위에도 올랐다. 뮤직비디오는 동영상 전문 사이트 유튜브에서 조회 수 2억6000만건을 넘었다.

“개인적으로 웃긴 게 성공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수가 웃겨서 성공한 게 웃기지만 말이죠. 웃음은 전 세계인들이 좋아하는 것이잖아요. ‘심각하지 않아서 신선하다’는 반응입니다.”

그는 “저급한 B급 문화여서 먹힌 점도 있다”고 분석했다. “저는 태생이 그래서인지 B급이 좋습니다. 외국인들은 저보고 영화 ‘오스틴 파워’ 같다고 말하더군요. 우리는 겸손이 미덕이라고 하지만, 외국인들은 지르는 것을 좋아하더라고요.”

빌보드지 1위에 대한 기대감도 나타냈다. “빌보드 64위 때 너무 좋아서 울며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 11위에 오르니까 이번엔 1위에 오르려나 하는 마음이 들더군요. 음악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주에 톱10은 확실하다고 들었어요. 만약 1위에 오른다면 장소가 어디가 될지 모르지만 가장 많은 시민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웃통을 벗고 말춤을 추고 싶습니다.”

‘말춤’과 관련해서는 데뷔곡 ‘새’를 부를 때처럼 ‘골때리는’ 춤을 찾다가 보름 정도 밤을 새운 끝에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 파트너인 스쿠터 브라운은 저의 강점으로 현지 스타를 보고 주눅들거나 선망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어요. 한국에서 누구와 뭐했다고 자랑하지 말라더군요. 그러면 부담스러워한다고.”

그는 미국에서 유명인사들과 만나면서 음악 외에 한국의 술 문화를 전파했다고 말했다. 폭탄주를 돌리며 젖은 휴지를 벽에 던져 붙이니까 깜짝 놀라더라는 것이다. “한국처럼 술을 다이내믹하게 먹는 나라가 없으니까요. 일단 저랑 술마시면 재미있다는 소문은 났어요.”

‘강남스타일’에 부를 비꼬는 내용을 의도적으로 담았느냐는 질문에는 “어떤 의미나 목적,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더운 날씨에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되받았다.

그는 앞으로 미국에서 새 싱글이나 정규 앨범을 낼 계획이다. 성수기인 11월 말까지 영어로 싱글을 낼 생각이다. 일부 곡은 한국어로 낸다. 현지인들은 그의 한국 말이 쫀득쫀득하게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다음달 중순 미국으로 출국하기까지 줄잡아 20여개의 행사를 소화해야 한다.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라며 “당분간 국내외를 오가며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싸이가 ‘강남스타일’ 음원매출과 광고, 공연 등으로 국내외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