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영 일본 공연 불참에서 발단..'일파만파'
그룹 활동 '올스톱'..방송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기도


지난달 25일 멤버 화영(19)의 '왕따설' 논란을 시작으로 촉발된 '티아라 사태'의 여파가 한 달이 지나도록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티아라가 여론의 뭇매 속에 활동을 중단한 것은 물론이고 은정의 SBS 주말극 '다섯 손가락' 퇴출, 소연의 KBS 월화극 '해운대 연인들' 출연분량 축소 등 그룹의 문제가 멤버들의 개별 활동에까지 미치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져가고 있다.

결국 '왕따설' 논란의 가운데에 있는 당사자 화영이 보다못해 지난 28일 트위터를 통해 "대립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젠 다시 웃는 얼굴로 서로를 응원하며 지내고 싶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이하 한연노)이 은정의 드라마 하차를 두고 담당 연출자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사태는 가요계를 떠나 방송가 전체로 번지는 형국이다.

◇화영 일본공연 불참에서 비롯..결국 퇴출 = '티아라 사태'는 지난달 25일 멤버 화영이 다리 부상으로 일본 부도칸에서 열린 콘서트에 불참하면서 비롯됐다.

같은 날 멤버들의 트위터에 '의지의 차이^^(효민)', '연기 천재 박수를 드려요^^(지연)', '의지가 사람을 만들 수도 있는건데(은정)' 등 화영의 불참을 지적하는 듯한 뉘앙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화영의 '왕따 논란'이 불거졌다.

티아라의 과거 영상까지 증거 자료로 지목되는 등 논란이 커지자 소속사는 지난달 30일 화영과의 전속 계약을 해지하기에 이르렀다.

소속사는 이를 두고 "그룹 내 왕따설, 불화설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지만, 논란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화영의 팬과 일부 네티즌이 '티아라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티진요)' 카페를 만들고 1인 시위에 나서는 등 '역풍'이 몰아닥친 것.

소속사의 안일한 대처가 더 큰 화를 불러온 셈이다.

소연이 출연하는 '해운대 연인들'의 황은경 작가는 최근 "소속사에서 시청자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논란은 쌓이는데 대처 없이 출연만 밀어붙이니 나도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꼬리를 무는 의혹에 소연 교통사고 조작설, 티아라 백댄서를 사칭한 인터넷 게시물 등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넘쳐나기도 했다.

◇티아라 활동 중단..광고계.방송가로 불똥 튀어 = '티아라 사태'는 가요계에 이어 광고계와 방송가까지 불똥이 튀었다.

화영의 퇴출이 결정된 지 하루만인 지난달 31일 티아라는 미니앨범 '데이 바이 데이(DAY BY DAY)'의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MBC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 등 예정된 음악 방송 출연이 줄줄이 취소된 것. 이달 11일 예정돼 있던 첫 단독 콘서트까지 '없던 일'이 됐다.

올림픽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 티아라라는 '블랙홀'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자 활동 중이거나 컴백이 예정된 가요 관계자들이 울상을 짓기도 했다.

논란은 티아라를 모델로 기용한 광고 업계까지 번졌다.

화장품 브랜드 토니모리, 의류 브랜드 와일드로즈, 은정이 모델인 대우증권 등은 티아라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거나 티아라 관련 판촉물을 회수했다.

지난 1일에는 경찰이 홈페이지에서 전의경 홍보대사 은정의 사진을 급히 삭제하고 새 홍보대사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의 사진으로 대체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8월에 접어들어 SBS '다섯손가락', MBC '천 번째 남자', KBS '해운대 연인들' 등 티아라 멤버들이 개별 출연하는 드라마가 시작되자 불똥은 방송가로 튀었다.

성난 네티즌들은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티아라 멤버들의 하차를 전면적으로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
논란을 의식한 듯 소연은 지난 1일 열린 '해운대 연인들' 제작발표회에 불참했다.

그의 불참이 사태와 무관하다는 제작진의 해명은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켰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효민과 은정은 14일 '천 번째 남자'와 16일 '다섯손가락' 제작발표회에 각각 참석했다.

'왕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처음 등장하는 공식 석상인지라 이들의 입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효민은 "드라마에 대한 질문만 해달라"며 울먹였고, 은정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은 채 대답을 회피했다.

◇은정 퇴출·소연 분량 축소..개별활동도 차질 = 은정은 지난 22일 출연 중인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서 전격 퇴출됐다.

제작발표회까지 참석한 주연급 배우가 방송도중 하차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은정은 내달 1일 방송되는 5회부터 등장할 예정이었다.

제작진은 22일 "제반사정에 대한 장시간 논의와 고심 끝에 은정의 하차를 확정했다"고 짤막하게 해명했지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이하 연매협)·한연노 등 연기자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멤버 화영의 '왕따 논란'에서 비롯된 그룹 내부의 논란이 '소속사와 연기자 단체' 대 '방송사와 제작사'의 싸움으로 확대된 모양새다.

연매협은 23일 "제작진이 정당한 사유 없이 함은정의 자진 하차를 요구했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함은정의 일방적 퇴출을 언급하며 소속사를 압박했다"고 SBS와 제작사를 비난했다.

또 한연노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은정 측이 이면 합의를 요구받았고 이를 따르지 않아 퇴출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하차의 배경으로 PPL 문제와 SBS·제작사의 횡포를 지목했다.

그러나 제작사 ㈜예인이앤엠측은 이에 대해 "은정 소속사에서 먼저 원래 계약보다 조건을 낮추고, 이미 계약된 기업 쪽의 손해 배상도 감수하겠다는 제안을 했다"며 "소속사가 계속 억지 주장을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처와 법적 대응도 강행하겠다"고 밝혀, 양측은 진실 공방을 벌이게 됐다.

'해운대 연인들'에 출연 중인 소연도 하차까지는 아니지만, 출연 분량이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해운대 연인들'의 황은경 작가는 지난 24일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다른 배우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연의 분량을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효민이 출연 중인 MBC '천 번째 남자'는 아직까지는 계획대로 촬영이 진행될 예정이다.

드라마 제작사의 고위 관계자는 "효민의 분량이 줄어드는 등의 계획은 없다"며 "이미 6부까지 촬영을 마쳤다. 7-8부의 대본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ts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