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올린 예고편을 하루 46만명이 보거나 퍼갑니다. 홍보를 시작한 지 17일밖에 안 됐어요. 제가 출연한 TV 프로그램의 시청률도 두 배나 높아졌고요. 시청자들의 관심이 너무 커 오히려 부담스럽습니다. 영화란 저 혼자 만드는 게 아니란 것을 새삼 느낍니다. "

순제작비 187억원을 투입해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 '라스트 갓파더'(30일 개봉)에서 주연과 연출을 겸한 심형래 감독의 말이다. '용가리''디 워' 등 SF물로 해외 시장을 두드리던 그가 이번에는 본업인 코미디로 돌아왔다. 마피아 보스가 한국으로 도망쳐 '실수'로 낳은 아들 영구를 늘그막에 후계자로 지명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이 줄거리다. 영구는 심 감독이 1980~90년대에 히트시킨 바보 캐릭터.'저수지의 개들'에 출연한 하비 케이틀이 마피아 보스 역을 맡고 다른 할리우드 배우들도 대거 출연했다. 서울 사간동 한 카페에서 심 감독을 만났다.

"할리우드 스태프와 배우들은 이 영화를 '필 굿 무비(Feel Good Movie)'라고 합니다. 찰리 채플린 시대를 연상시키는,정말 오랜만에 보는 영화라고요. 한국의 일곱 살짜리 어린이는 예고편을 100번 넘게 봤다고 해요. 말로 웃기는 개그는 코드를 알아야 이해하지만 영구처럼 몸으로 웃기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합니다. 게다가 마피아는 전 세계 누구나 알잖아요. 이 영화는 음침한 마피아 세계에 영구가 들어가 벌이는 소동이에요. 마피아 세계도 디즈니영화 식으로 밝은 톤으로 그렸어요. 그래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

예고편에는 1950년대 뉴욕에서 영구가 마피아 조직원들을 상대로 야구방망이 피하기 게임을 한다. 영구가 슬로모션으로 내려치던 방망이가 조직원 머리 앞에서 갑자기 빨라지며 '쿵' 때린다. 총격전을 하던 영구가 실수로 고층에서 아래층으로 총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총탄이 난무하는 마피아 세상과 딴 판으로 영구의 움직임은 한없이 느리다.

"3년 전 '디 워'를 개봉하던 무렵 이 영화를 기획했어요. 당시 제가 이런 영화를 만들겠다고 하니까 사람들이 농담인 줄 알더라고요. LA에서 만난 기자들도 촬영하러 왔다고 하니까 그냥 하는 얘기인 줄 알고 믿지 않더군요. "

촬영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LA에서 이뤄졌다. 15년 만에 영구 역으로 나선 그는 미국인들과 함께 출연하는 만큼 너무 튀지 않게 보이려고 신경썼다고 한다. 가발을 쓰지 않고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넘겨 예전 영구의 모습과는 약간 달랐다. 그런 차림으로 온종일 '몸짓 개그'를 촬영하고 나면 온몸이 탈진상태였다고 한다.

"촬영장에서 하비 케이틀은 저를 '마이 선(내 아들)'이라고 불렀어요. 그는 이 시나리오를 좋아했고 저한테 아낌없이 조언해줬지요. 70대인 그가 네 살짜리 아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고 하더군요. 미국의 스태프들도 서로 아이디어를 냈어요. '미스터 빈'같은 영구가 '황야의 무법자'류의 서부극에 출연하거나 슈퍼맨이나 경찰 역으로 등장하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얘기하더군요. "

그는 "내년 상반기 중 미국에서 배급할 계획"이라며 "'디 워'는 무리하게 와이드 릴리스(대규모 개봉)를 했지만 이번에는 좀 더 알찬 방식을 모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차기작으로 3D 버전 '디 워' 후속편과 3D 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 등을 준비 중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