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때 온가족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과속스캔들'은 정말 그랬죠.이 영화도 거기에 해당되면 좋겠어요.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눈물을 쏟게 만드는 마지막 10분이 감동적입니다. 사실 그것 때문에 만들어진 영화죠."

2년 전 '과속스캔들'로 코미디영화 사상 최다 관객(830만명)을 동원했던 차태현(34)이 새 코미디영화 '헬로우 고스트'(22일 개봉)로 재도전한다. 자살에 실패한 후 갑자기 귀신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들에게 자기 몸을 내주며 동거하게 되는 상만 역이다. 1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과속스캔들'과 신작을 비교했다.

"'과속스캔들'은 시나리오 자체에서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완성작이 진짜 재미있었지요. 찍을 때는 몰랐던 코미디의 템포와 타이밍이 느껴지는 거예요. "

'헬로우 고스트'도 가족들의 이야기다. 골초 · 변태 · 울보 · 초등학생 등 네 유령들은 극적인 장치로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결혼 후 가족 얘기에 더 끌리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데 웃기는 코미디로만 영화를 홍보하는 게 부담스러워요. 감동 코드가 더 세니까요.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엔딩 부분이 매력적이었어요. 또한 4명의 귀신이 빙의된 모습까지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것도 좋았어요. "

골초귀신이 몸속에 들어왔을 때 그는 가르마를 넘기는 자세를 취한다. 변태 할아버지가 빙의되면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울보귀신은 울고,초등생은 어린이 흉내를 내면 됐으니까 한결 쉬웠다고 했다.

"빙의 장면에 컴퓨터그래픽(CG)을 넣지 않아 전혀 귀신같지 않아요. 관객들이 초반에 이것만 적응하면 후반부에서 흥미를 더 강하게 느낄 거예요. "

4명의 귀신들이 그의 등 뒤에 매달린 채 횡단보도를 걷는 모습을 촬영할 때는 정말 힘들었다고 했다.

"등 뒤 유령들에게 와이어를 입혀 찍었지요. 저보다는 매달리는 사람들이 힘들어했어요. 그들은 우스꽝스런 표정을 지으며 공중에 뜬 상태로 움직여야 했으니까요. 촬영 장면 자체가 원시적이고 웃겼어요. 감독은 CG 대신 색다른 장면을 원했어요. "

그가 비록 다양한 배역을 보여주려 했다고는 하나 사실 그는 어떤 영화에서도 차태현이다. '엽기적인 그녀'로부터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첫사랑 사수 궐기대회''바보''복면달호' 등에서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코미디의 제왕'에 올랐기 때문이다.

"코미디 연기는 '오버'하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억지로 웃음을 짜내려 해서는 안되거든요. 그래서 배역이 처한 설정이 중요해요. 우스꽝스러운 설정 자체에서 웃음이 녹아내립니다. 연기는 자연스러워야죠.캐릭터 자체는 비슷하게 갈 수밖에 없어요. 모든 캐릭터를 '차태현화한다'는 비판도 받지요. 그러나 변신을 위한 변신은 중요하지 않아요. 나만의 확고한 캐릭터가 있다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