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개취'ㆍSBS '검프'서 새로운 가능성 제시

시청률은 저조했고 스토리는 기획의 참신성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민호(23)와 김소연(30), 두 배우의 변신은 악조건 속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며 앞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고 둘은 각자 배우로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MBC TV '개인의 취향'의 이민호와 SBS TV '검사 프린세스'의 김소연이 시청률 수렁 속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하며 나름의 성과를 거둔 것이다.

20일 나란히 16부로 종영한 두 드라마는 방영 내내 10%대 초반의 낮은 시청률을 맴돌았다.

경쟁작인 KBS 2TV '신데렐라 언니'에 6~8%포인트 뒤진 채 두 작품끼리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이민호의 '전진호'와 김소연의 '마혜리'는 시청자의 뇌리에 비교적 또렷한 자취를 남겼다.

덕분에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가 안긴 강한 이미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었고 김소연은 그가 발랄하고 코믹한 연기에도 잘 어울린다는 것을 확실히 알렸다.

◇이민호 - '소퍼모어 증후군' 극복 = 지난해 초 KBS '꽃보다 남자'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이민호는 1년여 차기작을 고르지 못했다.

그 사이 온갖 러브콜이 왔지만 그는 해외 팬미팅과 쏟아지는 광고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며 '꽃남 구준표'의 여운을 만끽했다.

그러다 선택한 작품이 '개인의 취향'. 본의 아니게 게이로 오해받은 남자가 한 여자와 동거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의 기획이 알려지면서 연예계는 이민호의 선택을 반겼다.

발칙한 소재의 로맨틱 코미디를 통해 이민호가 구준표의 영광을 재현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는데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드라마 초반에는 작가가 교체되고 대본이 수차례 수정되면서 이민호의 선택이 '장고 끝 악수'였다는 평이 나왔지만 중반 이후 이민호는 주어진 환경에서 전진호의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스토리의 짜임새와 캐릭터의 밀도가 떨어지는 진통 속에서도 이민호는 반듯하게 자라난 엘리트 청년 전진호가 얼결에 게이 행세를 해야하는 상황에 처하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사랑을 만나 고뇌하는 모습을 풋풋하고 댄디하게 소화했다.

그 과정에서 베테랑 선배인 손예진과 보조를 맞추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최상류층 안하무인 구준표가 염치와 예의를 아는 전진호로 조금 성숙해진 듯한 인상을 주면서 이민호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무난한 변신을 끌어내며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간만에 등장한 이 20대 초반의 슈퍼스타는 '꽃보다 남자' 이후 '소퍼모어(sophomore) 증후군'을 크게 앓을 뻔했지만 '달려라 고등어' '아이 엠 샘' '울학교 이티' 등을 거치면서 쌓은 면역력으로 드라마 중반 이후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힘을 보여줬다.

◇김소연 - 이미지의 전복..연기폭 확장 = 14살 때 SBS 청소년 드라마 '공룡선생'으로 데뷔한 김소연은 어려서부터 연기를 잘하는 배우였다.

그는 또 드라마 '이브의 모든 것' '엄마야 누나야'와 영화 '체인지' 등에 출연한 1999-2000년 무렵에는 정상의 인기도 구가했다.

하지만 이후 그는 스타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또 연기는 잘했지만 이미지는 바꾸지 못했다.

정적이고 차분한, 여성스러운 이미지에서 탈피하지 못했고 그것은 '가을소나기'와 '칠검' 등을 거쳐 2008년 '식객'으로까지 이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KBS '아이리스'에서 북한군 특수요원 역을 맡아 보이시한 매력으로 승부수를 띄워 성공했고 여세를 몰아 3개월 만에 출연한 '검사 프린세스'에서는 발랄하고 엉뚱하며 코믹하기까지 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이미지 전복을 꾀했다.

결과는 대성공. 비록 드라마의 시청률은 저조했지만 김소연은 마치 새롭게 태어난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된장녀 무개념 검사' 마혜리가 돼 캐릭터 플레이의 재미를 안겨줬다.

자칫 '2군'으로 밀려날 뻔했던 그는 서른에 자신의 진가를 다시 확인시키며 연기의 폭을 확장시켰고 원톱 주인공으로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둘의 연기에 대해 이응진 KBS 드라마 국장은 "두 배우가 나란히 전작의 성공으로 차기작을 선택하는 데 고민이 많았을 텐데 빨리 무대로 나와줘 무엇보다 그게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변신과 성공에 대한 고민이 작품 선택에 장애가 되기 쉽지만 배우라면 시청자와 팬들에게 계속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둘은 앞으로도 그런 정신으로 꾸준히 연기하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두 사람이 이번에 보여준 연기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둘 다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