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대한민국1%' 주연 배우 이아이 "'원산 폭격' 3분 했더니 제 체력 인정해주더군요"
"개봉 준비 중에 '천안함'사건이 일어나 누구보다 가슴이 아파요. 조심스럽지만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등장 인물들의 훈련과 임무가 고(故) 한주호 준위와 해군UDT 대원들을 떠올리게 할 겁니다. 천안함 사건도 이 영화를 통해 더 오래 기억될 것입니다. "

해병대 특수수색대의 활약을 그린 액션 영화 '대한민국 1%'(감독 조명남)에서 생애 첫 주연을 해낸 이아이(26)의 소감이다. 그는 해병대 훈련 과정을 1등으로 통과해 여성 최초로 부사관(하사)에 임명된 이유미 역을 맡아 짐승남 세계에서 팀원들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준다. 극 중 이유미 하사의 멘토 격인 강 중사(손병호)는 고 한주호 준위를 연상시키는 희생정신의 귀감이다.

"시사회를 본 뒤 잠을 못잤어요. 내 자신에게 실망했습니다. 표정과 눈빛 연기는 못 봐주겠더라고요. 100점 만점에 32점 정도? 다음에는 40점까지 올리자고 다짐했죠.주변 분들이 격려해줬지만 그런 말은 하나도 안 들어와요. "

신랄한 자기 비판에도 불구하고 배역을 잘 소화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렁찬 함성과 절도있는 행동의 여군 모습에다 흙탕물을 뒤집어쓰며 하는 갯벌 축구,해병대 훈련에서도 힘들기로 소문난 아이비에스 고무보트 훈련 장면도 실감나게 연기했다.

"태안반도에서 파도와 싸우며 촬영했어요. 파도로 고무보트가 튕겨나가는 바람에 출연자들의 손이 찢기는 일이 다반사였죠.촬영 도중 연기자들의 목뼈가 삐끗하고 코뼈가 부러지기도 했고요. 갯벌에서는 축구를 할수록 발이 빠지더군요. 슬라이딩과 태클을 반복하다 보니 갯벌 속 조개껍질 때문에 온몸이 상처 투성이가 됐어요. 샤워 후 몸을 닦은 수건이 온통 새까맣더군요. 1주일간 몸 구석구석에서 모래가 나왔어요. "

그러나 체력적으로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여자들은 안 된다는 '원산폭격'을 3분이나 할 수 있어요. 교관들도 제 체력을 인정해주더군요. 촬영 6개월 전부터 훈련에 들어간 덕분이죠."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체육관에서 3시간 동안 근력 운동을 한 뒤 액션스쿨로 이동해 오후 4시까지 4㎞ 구보와 피티체조,스트레칭,총검술,제식훈련을 반복했다. 저녁에는 매일 4㎞씩 수영을 했다.

"남자들은 식스팩이 잡히지만 여자들의 운동 복근은 U자 형태예요. 시사회 여성 관객들이 제 모습을 보고 '복근 봐'라고 수군대더군요. 극 중 바지를 좀 더 내렸더라면 U자를 보다 선명하게 보여줄 수 있었는데….흉내내기에 그친 게 아니라 리얼리티가 있다고 자부해요. "

그녀는 이 영화에서 여성 차별을 이겨내고 리더로 서는 과정을 보여준다. 남자들이 이끌어가는 대부분의 한국 영화와 차별화된다. "이유미는 저랑 반대 인생을 살고 있는 캐릭터예요. 전 언제나 보호받으며 살았지만 유미는 차별받고 그것에 저항하는 인물이죠.그 갭을 줄이는 게 목표였어요. "

이유미 하사는 경쟁자의 간계로 해체된 팀을 재건하기 위해 완전 군장한 채 며칠 동안 연병장을 뛰며 무언의 시위를 한다. 이 모습을 지켜본 부하들이 자진해서 그녀를 따라 뛴다.

"여자가 남자들을 통솔하려면 카리스마보다는 그들의 감정을 자극해 이끌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힘으로 복종시키려기보다는 감화시키는 리더십 말이죠."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