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은 수상작에 상관없이 오토데스크와 엔비디아가 만들어준 것이다. "

영화에서 컴퓨터그래픽(CG)을 이용한 특수효과 이용 비중이 크게 늘어나면서 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실리콘밸리 기업에 의존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가 5일 보도했다. 7일(현지시간) 시상 예정인 올해 아카데미상(오스카상)에는 지난해 세계를 휩쓸며 9개 부문 후보에 오른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를 비롯해 '디스트릭트9''스타트렉:더 비기닝' 등 CG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작품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공상과학(SF) 영화뿐 아니라 전통적인 영화들도 사실성과 생명력을 더하고 배경화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CG 기술을 이용하고 있다. 리처드 케리스 루카스필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전통적인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시작하지만 디지털을 이용한 영화 제작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스타워즈'나 '인디애나 존스' 시리즈에서 나오는 영화 장면들은 실리콘밸리 회사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란 얘기다.

CG의 비중이 커지면서 CG와 연관된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영화산업과 맺는 관계도 긴밀해지고 있다. 아바타의 경우 넷앱이라는 기업이 만든 데이터관리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아바타의 3D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데 오토데스크가 만든 CG 편집 프로그램도 큰 역할을 했다.

아바타의 CG를 담당한 웨타는 아바타 제작에 3만5000여개의 컴퓨터칩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CG용 칩메이커인 엔비디아의 대니 샤피로는 "아바타에 쓰인 CG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 같은 이전 작품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이라면서 "그래픽 칩의 발전이 없었다면 웨타 측은 당시 요구된 납기를 못 맞췄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