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자는 건가 싶었다. 아무리 예능프로그램이라지만 야구의 '야'자도 모른다는 사람까지 모아서 하는 장난 같은 경기를 공중파TV에서 내보내다니.그것도 토요일 황금시간대에.지난해 4월 KBS 2TV가 새로운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천하무적 야구단'을 편성했을 때 얘기다.

임창정 김창렬 이하늘 김준 한민관 마리오 오지호 등으로 출발한 천하무적팀의 목표는 사회인 야구단 최강.그러나 방송 초반 팀의 모습은 딱했다. 배명중학교 야구부와의 대결에서 두 번 모두 콜드게임패를 당하면서 천하무적은커녕 오합지졸 야구팀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시간이 지나며 상황은 바뀌었다. 김성수 등이 합류한데다 한심한 현실에 실망,좌절하지 않고 석모도 갯벌 훈련을 감내하고 사이판에서 지옥의 펑고(fungo,야수들의 수비연습을 위해 코치가 공을 쳐주는 일)를 치르는 등 훈련을 거듭하면서 선수들의 체력과 눈빛은 물론 실력도 달라졌다.

넘어지고 깨지면서 발전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연예인 사생활 들여다보기에 식상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급기야 방송 초 4%대였던 시청률은 최근 두자릿수에 이르며 동시간대 강자인 '무한도전'(MBC)과 '스타킹'(SBS)에 도전장을 냈다.

6일 방송분은 이러다 토요일 예능프로그램 판도가 바뀔 가능성마저 제시했다. 전직 프로선수가 포함된 부산 최강팀'마이무따아이가'와의 경기는 도전정신과 노력이 만들어낸 희망을 보여주고도 남았다.

이날 게임은 지난해 11월 5회말 콜드게임패를 당했던 마이무따아이가팀과의 2차전.오지호 한민관 이현배 등이 드라마 촬영과 부상으로 빠진 탓에 탁재훈 조동혁 임형준이 새로 기용된 이날 천하무적팀은 또다시 4 대 10으로 완패했다.

하지만 마지막회인 7회까지 끌고 간 데다 게임 내용도 1차전에 비하면 크게 향상됐다. 천하무적 팀에 들어오면서 글러브를 처음 껴봤다는 마르코의 경우 타격은 부진했지만 수비 솜씨는 뛰어났고 김성수는 빠른 투구를 자랑했다.

천하무적팀이 올해 '전국 사회인야구대회'에서 어떤 성과를 낼진 알 길 없다. 그러나 '천하무적 야구단'의 생존과 발전이 시사하는 점은 많다. '스타 MC 없는 예능프로그램도 성공할 수 있다''비슷한 걸로 안되면 완전히 다른 걸로 승부해야 한다''확실한 목표와 무서운 집념,끊임없는 훈련의 힘 앞에 속수무책이란 없다' 등이 그것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