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막하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경기를 결국 SBS 화면으로만 볼 수 있게 됐다. KBS와 MBC는 공동 중계를 요구하며 지난달 26일 방송통신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서를 냈지만 독점 중계권을 가진 SBS 측은 8일 "적자가 예상되지만 채널 가치를 위해 사상 최대 중계 편성을 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 측은 "SBS 측의 거부로 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며 "물리적으로 어떤 방법을 동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올림픽 본경기를 둘러산 중계권 다툼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상파 3사가 중계권을 놓고 양보 없는 전쟁을 벌이는 이유와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SBS 측 입장=올림픽과 월드컵 중계권 협상은 지상파 3사가 코리아풀을 결성해 대표 회사와 협상해왔다. 경쟁과열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1996년 KBS가 AFC 아시안컵 중계권 협상에서 약속을 파기한 후 최근까지 끊임없는 갈등 양상으로 번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SBS는 2006년 단독 입찰서를 제출해 IOC(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이번 올림픽의 한국 내 단독 중계권을 따냈다. 이후 MBC와 KBS 측에 순차 중계(방송사별로 다른 경기들을 중계)와 공동 제작 등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지만 양사는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스포츠 중복 편성으로 외화와 전파 낭비가 많다는 비판을 수용해 다른 방식을 제안했지만 KBS와 MBC가 똑같은 경기의 중계 방송을 고집하면서 협상 자체를 외면했다. 최근에는 2010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중계 때 후발주자인 SBS를 배제한 채 KBS와 MBC만 방송했다.

SBS는 이번 동계올림픽을 지상파 200시간을 포함해 총 330시간 편성했으며,3사 공동 중계보다 폭넓고 다양한 경기를 내보내고 KBS와 MBC에는 뉴스용으로 매일 2분 정도 하이라이트 영상을 무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KBS와 MBC 측 입장=월드컵과 올림픽은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스포츠인 만큼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SBS가 지상파만으로도 90% 이상 시청가능 가구를 확보,'보편적 시청권'을 충족시키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이는 정밀하게 조사해야 할 사항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월드컵과 올림픽은 방송 3사가 공동 중계하는 게 관행이며 특히 겨울 올림픽은 개막 3일 전에만 합의해도 공동 중계가 가능하다는 논리를 고수하고 있다. 현장에 중계석을 설치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위성으로 필요한 걸 받아 스튜디오에서 방송하면 된다는 설명.

그러나 SBS 측은 "공동 취재나 중계는 IOC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작년 9월 말까지 중계권 조정을 끝냈어야 했다"며 거부했다. 이 방송사 관계자는 "동계 올림픽은 단독 중계하지만,남아공 월드컵부터는 아직 KBS,MBC와 협상 여지가 남아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해결해야 할 과제=사실 누가 방송하든 국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앞으로 월드컵과 올림픽에서 국부 유출 문제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뿐 아니라 2012년 런던 하계올림픽,2014년 동계올림픽과 2016년 하계올릭픽까지 포함해 총 7250만달러를 주고 단독 중계권을 샀다. 코리아풀이 제안한 금액보다 950만달러나 많은 액수다.

SBS는 올해 남아공월드컵과 2014년 브라질월드컵 단독 중계권도 1억4000만달러에 샀다. 코리아풀이 제시한 1억1500만달러보다 많다. 지상파 3사가 방송권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할수록 외화 유출도 심해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상호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방송 환경이 크게 변한 상황에서 올림픽 중계권을 굳이 지상파에만 줄 이유가 없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