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을 움직이고 눈동자를 굴릴 힘만이라도 남겨주십시오. 더는 앗아가지 말아 주세요."

1990년대 대학 농구 황금기를 주도했던 최희암 감독의 연세대 농구팀에서 활약하던 농구 선수 박승일 씨. 키가 2m가 넘었던 거인은 지금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병상에 고립돼 관중의 환호성 대신 1분에 12번 기계가 주는 숨소리를 조용히 듣고 있다.

자신의 몸을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루게릭병과 싸워온 지 벌써 8년째. 자신의 힘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은 눈동자가 움직일 수 있는 반경 40도 안팎이다.

그러나 박 씨는 그 누구보다 간절하게 세상과 소통하고자 했다.

그동안 연세대 농구부 시절 동기였던 문경은 선수와 울산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 루게릭병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낸 방송인 김구라, 가수 타이거JK 등을 초대해 희망을 이야기했다.

여자 친구의 도움을 받아 미세한 눈꺼풀의 움직임으로 2009년 한 해를 기록해 루게릭병의 실상을 알리는 한편 루게릭병 전문 요양소 건립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는 등 수많은 환우와 장애인을 향한 세상의 따스한 손길을 호소했다.

지난 10월에는 투병 생활을 기록한 '눈으로 희망을 쓰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SBS 스페셜은 27일 오후 11시20분에 박 씨의 이야기를 담은 '승일 스토리, 나는 산다'를 방송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은 탤런트 송승헌이 맡았다.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eng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