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머런의 '아바타' 17일 개봉..한국도 3D영화 준비 중

올해 칸 국제영화제는 개막작으로 3D(dimension) 애니메이션 '업'을 선택했다.

66돌을 맞은 베니스국제영화제도 '3D 영화상'을 신설했다.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오는 17일(한국시간) 전세계 동시개봉을 통해 '타이타닉'(1997) 이후 12년 만에 3D 영화 '아바타'를 신작으로 내놓는다.

3D 영화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3D 영화는 2차원의 평면 스크린에 3차원의 입체영상을 담아내는 기술이다.

그간 3D 입체영화로 소개된 영화들의 실체가 대부분 2D로 제작한 뒤 부분적으로 3D 효과를 입히는 방식이었다면 최근 나오는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3D로 제작되고 있다.

3D의 장점은 손만 뻗으면 스크린 속 캐릭터를 만질 수 있을 것 같은 입체감에 있다.

제작비가 많이 들고, 상영관 등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3D 영화가 블루오션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업계가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할리우드는 3D '구애중' = 최근 3D 애니메이션 '크리스마스 캐롤'을 선보인 월트 디즈니는 오는 2011년까지 22편의 3D 영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디즈니뿐 아니다.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은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3D 영화 '틴틴'을 제작하고 있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카젠버그는 아예 "앞으로 모든 영화를 3D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할리우드가 이처럼 3D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는 수입 때문이다.

할리우드가 본격적으로 내놓은 첫 입체영화인 '베오울프'(2007)는 미국에서만 8천228만달러(약 951억원)를 벌어들였다.

이 영화는 2D보다 3D로 더 높은 수입을 올린 최초의 영화다.

올해 개봉한 '몬스터 대 에이리언'은 극장 매출의 55%를, '블러디 발렌타인'은 80%를 3D 영화 상영으로 거뒀다.

이 같은 흥행성적에 힘입어 미국 내 3D를 볼 수 있는 상영관도 증가하는 추세다.

디즈니의 첫 3D 애니 '치킨 리틀'(2005)이 개봉했을 때 미국에서 3D 상영관은 84개에 불과했지만, '아바타'는 적어도 2000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높은 제작비, 한정된 장르는 걸림돌 = 사람은 왼쪽 눈과 오른쪽 눈은 위치 차이 때문에 사물을 약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3D 영화는 두 눈으로 사물을 보듯 카메라 두 대로 한 장면을 찍는다.

이 때문에 한 장면을 찍으려면 카메라 2대가 한 쌍으로 움직여야 한다.

따라서 기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카메라를 옮기고 렌즈를 교환할 때마다 수많은 각도를 오차 없이 계산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조금이라도 계산이 틀릴 경우, 관객들은 눈에 피로감을 느낀다.

게다가 높은 제작비는 부담이다.

3D 전용 모니터 같은 장비 자체가 고가인데다가 카메라 두 대를 연결하는 장치인 '리그'(rig)만 해도 수천만원을 호가한다.

같은 내용일 경우, 3D 영화의 제작비가 2D보다 1.5~2배 이상 비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관람료가 비쌀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극장에 걸리는 3D영화의 관람료는 8천원인 2D 영화보다 2배 가까이 비싼 1만2천원~1만5천원 수준이다.

3D를 상영할 수 있는 상영관도 전국 90여 곳에 불과하다.

상영작이 특정 장르에 한정됐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3D 영화는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 발렌타인'과 같은 공포물이나 '업'과 같은 애니메이션에 치우쳐 있다.

입체효과에 적합한 장르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내 상황은 = 처음부터 끝까지 3D로 제작된 국내 장편 영화는 현재까지 없다.

그러나 내년에는 3편의 영화가 풀(full) 3D 영화에 도전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선봉 격은 '친구'의 곽경태 감독이 메가폰을 드는 '아름다운 우리'(가제)다.

2002년 발발한 제2차 연평해전을 다룬 전쟁물이다.

시나리오 마무리 단계인 이 영화는 내년 3월께 촬영에 들어가 늦어도 연말께는 개봉할 예정이다.

2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올리브스튜디오는 EBS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을 3D 영화로 다시 만들고, 영화사 앙투라지는 해외 합작을 통해 연쇄 살인사건을 다룬 공포물 '소울메이트'를 제작할 예정이다.

3D를 볼 수 있는 인프라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56곳에서 3D 상영관을 운영하는 CGV는 연말까지 80개로, 롯데시네마도 18개에서 30개로 스크린 수를 늘릴 예정이다.

메가박스는 연말까지 5개관을 유지한 뒤 내년에는 30개 정도의 3D 상영관을 갖출 계획이다.

영화진흥위원회도 변화하는 영화 환경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영진위는 올해 제작기술연구사업의 일환으로 8천만원을 들여 3D 단편영화 '못'(최익환 감독) 을 제작한 바 있다.

이 영화의 실무를 담당한 영진위 기술사업부의 최남식 과장은 "3D 전용 모니터 등 우리의 하드웨어 수준은 괜찮은 편이지만 영화 제작과정에서 필요한 경험과 기술력은 할리우드보다 처진다"며 "이를 극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영진위도 3D 작품에 대한 제작지원 사업을 구상하는 등 3D 영화 육성방안을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buff2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