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千崖)에 흰구름 걸어놓고/ 까치 데불고 앉아/ 소주 한잔 주거니 받거니 청산(靑山)들도 손뼉을 친다/ 달도 멍멍개도 멍멍.'

중광 스님은 '동심의 화가' 장욱진 화백(1917~1990년)을 '도인'으로 칭하며 이렇게 시로 읊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듣기 싫은 소리 한 번 안하고 평생을 유유자적하게 살았던 장 화백의 작품 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이 10일부터 내년 2월7일까지 두 달간 펼치는 '장욱진 전'이다. 장 화백은 1948년께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 등과 신사실파 동인으로 활약했지만 동년배 화가들이 대형 추상화를 그릴 때 독자적으로 동화적인 화풍을 개척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내년 장 화백의 20주기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유화 90여점을 비롯해 먹그림,스케치,사진 자료 작품 20여점 등 모두 110여점이 소개된다. 2001년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10주기 기념회고전 이후 장욱진 전시로는 최대 규모다.

1955년 11월 국립박물관 화랑에서 열린 제1회 '백우회전'에 출품했던 '수하'(樹下)를 비롯해 1955년 작 '자전거 있는 풍경',1957년 작 '가로수',1977년 작 '나무와 정자',천안 근처의 자갈길 신작로를 작가의 가족과 개,황소가 나란히 걸어가는 모습을 그린 1978년 작 '가로수',1990년 작 '밤과 노인' 등이 포함됐다. 평소 화랑이나 미술관에서 접하기 힘든 수작들이다.

특히 전시장을 활동 시기별로 '모색기'(1938~1950년)와 '추상으로의 여정'(1951~1964년),'전통과 더불어'(1965~1979년),'고독-바람이 되어'(1980~1985년),'도인과 민화'(1986~1990년) 등 5개 섹션으로 나눠 시대에 따른 작품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한평생을 술을 벗삼아 예술을 즐기는 기인으로 살다간 작가의 작품 세계를 한눈에 탐색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02)880-950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