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배우들'의 '말ㆍ말ㆍ말'

윤여정, 이미숙, 고현정,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영화 '여배우들'은 실제 상황인지 연기인지 모를 실감 나는 장면들이 관객을 즐겁게 한다.

'여배우들끼리는 왜 서로 모이지 않는가'를 이야기하며 각자 라이벌을 대보자고 도발하는 고현정은 '관두자'는 다른 배우들에게 "좋은 얘기만 하면 재미없잖아. 우리가 EBS야?"라고 대꾸한다.

때로는 박장대소를, 때로는 공감과 눈물을 만드는 그들의 꾸미지 않은 솔직한 말들을 미리 엿들어보자.

◇세대 차이 = 막내 김옥빈은 촬영장에 일찌감치 도착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윤여정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여운계 선생님이다"라고 말한다.

함께 모여 이야기하는 자리. 윤여정이 드라마 '장희빈'을 했다고 하자 김옥빈은 "무슨 역할 하신 거예요?"라고 묻고 '이혼한 게 너무 오래돼 기억도 안 난다'는 윤여정에게 "그럼 갔다 오신 거예요?"라고 물어 다시 한번 아픈 데를 찌른다.

복도에서 만난 두 사람. 윤여정이 담배를 피운다.

"선생님, 저도 피워도 될까요?"(김옥빈)
"피워라. (김옥빈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고) 너 화장실에서 배웠구나? 피우려면 제대로 피워."(윤여정)

◇신경전 = 최지우가 도착하지 않아 촬영이 시작되지 못한다.

고현정이 "이런 애들은 꼭 이럴 때늦게 와야 지가 스타인 줄 안다"고 내뱉는다.

고현정은 술잔을 들고 돌아다니며 최지우에게 시비를 건다.

인터뷰하는 기자와 최지우에게 다가가 "기자님, 뭐 좀 나와요? 안 나오지. 솔직해야 하는데"라고 긁고 간다.

마침 친한 유호정의 전화를 받고 화장실로 간 최지우. 욕을 시작한다.

"지가 언제 봤다고 처음부터 반발이야."
그곳에 있던 고현정이 슬그머니 일어난다.

"야 최지우. 내가 선배라서 선배고 후배라서 말 놨는데 뭐 잘못됐어?" 고성이 오가고 최지우가 던진 한 마디. "그러니까 쫓겨나지."
◇그들의 속내 = 술자리가 벌어졌다.

고현정이 없는 틈을 타 선배들에게 하소연하는 최지우. "한류가 못 됐으니까 그런 거지."(이미숙)
각자의 라이벌을 대보라며 고현정이 시작한다.

"나는 이영애를 누르고 싶어", "난 혜수 언니도 누르고 싶어."
"'뜨거운 것이 좋아' 찍고 시사회 다니는데 다 소희 팬들로 가득 찼어. 나는 너무 기분이 안 좋은 거야."(김민희) "무안하잖아 질투하는 게 아니라."(윤여정)
"전 영애 언니였어요.

중국 시장도 노리고 싶었거든요.

혜교가 그 부분은 부러워."(최지우)

◇아픔 = 오랜만에 만난 이미숙과 고현정. 고현정이 결혼 초기에 미용실에서 만난 뒤 처음이다.

"그때 선생님이 '할 말은 하고 살지? 기죽지 말고 살아'라고 했어요"(고현정)
드라마를 함께 한 윤여정과 이미숙, 고현정 세 사람이 화장실에서 다시 모였다.

윤여정이 세 사람이 12살씩 차이가 나 모두 돼지띠라고 확인한다.

"또 있다.

공통점. 다 이혼하고 왔어."(고현정)
말 많다고 구박당하는 고현정. "이혼 전에는 안 그랬어요.

이혼하고 이렇게 됐어요.

"
"얘(고현정) 이혼하고 나왔을 때 남들이 뭐라고 한다고 하기에 '넌 예수 재림이다' 그랬어. 우리 땐 방송 2-3년 못 나왔잖아. 이혼이 주홍글씨야. 차여서 이혼했는데 가만히 있으니까 저쪽에서 떠들어대더라고. '나 차였는데 억울하다' 했더니 김수현씨가 '넌 그런 못생긴 놈한테 차였다는 게 좋으냐? 찬 게 낫지' 하더라."(윤여정)
이미숙이 눈물을 훔치고 고현정도 울먹인다.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이혼한 거 죄지었다고 생각하는 사람 많지 않아요? 우리 이런 얘기 해도 누군가 보면 지랄들 한다고 할걸. 여배우들은 제 생각대로 다 하고 산다고 그러지."(고현정)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가는 거 쉬운 일은 아닌 거 같아."(이미숙)
"여배우가 아니었다면 받지 않았을 수모도 받을 때가 있어요.

"(최지우)
"그 수모가 너무 가혹해."(고현정)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eoyy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