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은 몇 개를 두는 게 좋은가,방송사 지분 참여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가,교차 판매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21일 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미디어렙'은 참가자들의 의견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였다. 한국방송광고공사(KOBACO)의 광고 독점판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연말까지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해야 하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쏟아져 나오는 등 방송계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민영 미디어렙이 도입되면 방송광고 시장도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경쟁체제로 전환하게 된다. 참가자들은 각 방송사가 별개의 미디어렙을 설립할 수 있게 한 한선교 의원(한나라당) 안과 미디어렙 2개사 제한을 골자로 한 진성호 의원(한나라당) 안 등 최근 제출된 법안들을 놓고 찬반 공방을 벌였다.

◆1공영 · 1민영 vs 1공영 · 다민영

'미디어렙' 특별 세션 패널로 나선 도준호 숙명여대 교수는 현 KOBACO를 전환한 공영미디어렙 1개와 민영 미디어렙 1개 설립을 허용하는 1공영 · 1민영 제도가 초기 시장 전환에 따른 혼란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상훈 인하대 교수는 1공영 · 1민영 체제로는 본래 의도했던 경쟁을 유도할 수 없다고 맞섰다. 김 교수는 "자유 경쟁을 통해 방송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1공영 · 다민영 제도 도입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연우 세명대 교수는 "방송의 발전이 자유로운 경쟁 체제에서 구현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방송이 역할을 제대로 하도록 운영 재원을 마련해 주는 것이 방송의 발전이라는 점에서 보면 1공영 · 다민영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교차판매 허용 vs 제한

미디어렙의 광고 판매 대상을 지상파에 한정할 것인가,아니면 종편채널 보도전문채널 등 다른 곳에도 교차판매를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선 3년간 교차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압도적이었다. 교차판매를 전면 허용할 경우 지상파로의 광고 쏠림 현상이 심해질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도 교수는 "초기엔 교차 판매를 금지했다가 시장 상황을 봐가며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문재완 한국외대 교수는 "종편,보도채널 등 다양한 미디어의 등장으로 광고 경쟁이 치열해지면 현실적으로 교차판매를 막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사 지분 한도

한선교 의원 안은 미디어렙의 1인 지분 제한비율을 51%로 제시,민영 방송사가 미디어렙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렙이 지상파 방송의 자회사가 되면 지상파의 광고 독과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강재원 동국대 교수는 "지분을 제한하지 않을 경우 자본의 성격이 운영을 결정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며 "30% 지분 제한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범석 세명대 교수는 "독점 구조를 우려한 헌재의 미디어렙 관련 결정을 감안할 때 방송사가 지분참여를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문 교수는 "방송사가 광고 대행사를 두면서 주도권을 다른 곳에 넘겨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반박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