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우리가 혐오하는 바퀴벌레가 사실은 인간의 오해로 외면받는 외로운 생명이라면?'

바퀴벌레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선보인다.

EBS TV '다큐프라임'은 23, 24일 오후 9시50분 '바퀴'를 통해 인간보다 먼저 지구에 출현해 3억 5천만 년 동안 진화를 계속하며 생존해온 바퀴의 숨겨진 생태 비밀에 대해 알아본다.

제작진은 "기존 자연다큐멘터리의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현재까지 밝혀진 바퀴의 생태에 관한 과학적 진실에 바탕해 드라마 형식으로 색다르게 재구성했다"고 밝혔다.

23일 '인간의 동굴, 바퀴의 도시'에서는 바퀴의 교미, 산란, 부화, 탈피 등 우리가 알지 못하던 바퀴의 생태를 깊이 있게 알아본다.

바퀴의 목숨은 더듬이 하나에 달렸다.

바퀴에게 더듬이는 어둠 속에서도 진동을 느끼는 눈이자, 귀가 된다.

또 맛, 냄새, 습도 등 섬세한 공기의 변화를 감지해 사물을 파악한다.

짝짓기를 할 때는 상대의 더듬이를 자극한다.

바퀴는 집에서만 살지 않는다.

전체 바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야생 바퀴이며, 우리가 아는 바퀴는 아주 소수일 뿐이다.

국내 야생 고유종인 갑옷바퀴는 썩고 죽은 나무만 갉아먹고 사는 자연계의 분해자다.

나무는 셀룰로오스라는 소화하기 힘든 요소를 가지고 있어 일반 곤충은 잘 먹지 않는다.

하지만 갑옷바퀴는 장 속에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공생균을 가지고 있으며 그에 맞게 진화했다.

24일 '바퀴 소나타'에서는 인간과 같은 공간에 함께 사는 바퀴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음식점에서 일하는 부부의 일상, 그들과 동거하는 바퀴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드라마로 그렸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지난 4월부터 국내 해충 방제연구소, 대학의 기생충학과 교실, 위생곤충과 등지에서 유충을 얻어 직접 바퀴를 양육했다.

바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몸 청소다.

바퀴를 더러운 곤충으로 알지만, 바퀴는 하루의 4분의 1만 움직이며, 나머지 시간 동안 주로 하는 일은 몸 청소다.

어둠 속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먹이를 찾아내는 일을 더듬이에 의존하기에 바퀴에게 몸 청소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바퀴의 생존비밀 중 하나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퀴는 제 몸에서 나온 배설물은 물론, 동료의 사체도 먹어 치운다.

한 마리의 발각이 무리 전체의 말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엄격한 생존의 법칙이자 인간과의 동거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바퀴는 우리가 아는 주방 외에도 컴퓨터, TV 등 가전제품 안에서도 산다.

따뜻하고, 어둡고 숨기 좋은 그곳이 바퀴에게 좋은 생활조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가전제품 고장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