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출신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미국의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두 거장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브로큰 임브레이스'와 '크리스마스 캐롤'이 19일과 26일 각각 개봉된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화려한 원색의 바탕 위에 인간 본능과 삶의 부조리를 뛰어나게 형상화해 칸영화제 각본상('귀향'),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내 어머니의 모든 것'),아카데미 각본상('그녀에게') 등을 받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뛰어난 테크놀로지로 구현하는 저메키스 감독은 미국 현대사를 관통하는 바보 이야기로 아카데미 감독상('포리스트 검프')을 받았을 뿐 아니라 SF시리즈 '백투더퓨처'로 흥행에 대성공한 명감독.두 거장은 신작들에서도 신선한 스토리와 비주얼로 팬들을 매료시킨다.

'브로큰 임브레이스'는 알모도바르 감독 작품 중 대중성이 뛰어난 것으로 분류된다. 한 영화감독이 실명한 채 소설가로 살아가는 사연을 14년의 시차를 오가며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젊은 시절,그가 재벌의 정부와 눈맞아 달아난 사이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나고 그의 삶도 추락한다. 이런 인생 유전에도 불구하고 그의 곁에는 항상 여성 매니저가 있다. 심지어 성인으로 자란 그녀의 아들까지 주인공과 함께 일한다. 그들 사이의 말 못할 비밀들이 하나 둘씩 밝혀진다.

이야기는 이기적인 집착과 이타적인 헌신이라는 사랑의 양면성에 대해 탐색한다. 끔찍한 사건들의 배후에는 정부를 향한 재벌의 소유욕이 드리워져 있다. 집착과 소유욕은 공격성으로 드러나게 마련이다. 재벌 집에 걸려 있는 앤디 워홀의 '총'과 '칼' 시리즈 그림들은 이런 심리를 반영하는 소품들이다.

반면 작가가 영혼의 안식을 취하는 작업실에는 인간과 자연이 합일하는 순간을 포착한 이탈리아 화가 프란체스코 클레멘테,동양 회화의 여백을 서양화에 도입한 미국 화가 로버트 마더웰의 작품들이 걸려 있다. 그림 감상의 재미까지 덤으로 제공하는 셈.

감독과 재벌로부터 동시에 사랑받는 여인 역은 '귀향'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은 페넬로페 크루즈다. 알모도바르 감독과 '라이브 플래쉬''내 어머니의 모든 것''귀향' 등에 이어 네 번째 작업했다. 알모도바르 감독은 "우리 둘만의 특별한 공감대와 유대감 때문에 나는 언제나 크루즈에게 어울릴 만한 캐릭터를 찾는다"며 "그녀와 작업한 이후 나는 더 나은 감독이 됐다"고 말했다.

저메키스 감독의 '크리스마스 캐롤'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의 1843년 동명 소설을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과 3D애니메이션 기술로 재창조한 신작.악독한 구두쇠 스크루지가 꿈에 나타난 혼령과 함께 과거와 현재,미래를 돌아본 뒤 새 사람이 되는 원작을 그대로 옮겨왔다. 실사촬영과 3D애니메이션 기술을 결합해 환상적인 이미지를 극대화한 게 특징.스크루지와 혼령들은 런던의 옛 거리를 자유자재로 날아다니고 혼령 앞에 선 스크루지의 두려움이 초현실주의 회화처럼 묘사된다. 배우의 연기를 촬영한 뒤 애니메이션을 입히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이 저메키스 감독의 전작 '베오울프'보다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스크루지의 모험이 들려주는 교훈은 '너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라'다. 사랑이 타인의 삶을 바꿀 수 있으며 구원에 이르는 길은 사랑이라고 알려준다.

짐 캐리가 스크루지와 세 혼령 등 1인 4역을 했고 콜린 퍼스가 스크루지의 착한 조카 프레드,게리 올드먼이 스크루지 가게에서 일하는 밥과 밥의 막내아들 꼬맹이 팀 역을 했지만 그들의 존재를 알아채기는 어렵다. 극 중 캐릭터에 맞도록 연기자들의 얼굴과 몸을 CG로 완전히 변형시켰기 때문.짐 캐리는 "스크루지 연기가 멋진 이유는 모든 이들이 스크루지같은 면모를 조금씩 지녔기 때문"이라며 "크리스마스 캐롤'은 변화와 구원에 관한 최고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작품은 지난주 미국 3600여개 스크린에서 개봉돼 주말 3일 동안 3100만달러의 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정상에 올랐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