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리우드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실업난에 성인영화 문까지 두들기고 있다.

경제전문 방송 CNBC는 16일 메이저 영화사 출신 가운데 성인영화 업체에 이력서를 내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성인영화를 경멸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할리우드 출신들이 눈높이를 낮춘 건 이례적이다. 성인영화 제작사 디지털 플레이그라운드의 크리스 루스는 "음반사나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훨씬 적은 돈을 받고서라도 우리 회사에서 일하겠다며 이력서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영화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투자가들이 모험적인 영화 제작에 뛰어들길 기피하면서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올해 미국에서 개봉된 영화는 167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줄었으며,특히 400개 이상 개봉관에서 상영되는 대작 영화는 52편으로 25% 감소했다. 1998년 칸 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수상한 '해피니스'의 감독 토드 솔론즈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서라도 제작비를 구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성인영화 업계는 할리우드 인력의 유입 시도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알음알음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성인영화 업계 특성과 할리우드 출신 지원자의 진정성에 대한 의심 때문이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