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집행자’의 최진호 감독이 최근 자행된 ‘교차상영’과 관련해 개탄했다.

12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교차상영 철회 촉구를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서 최 감독은 “감독으로서 이 자리에 서는 게 달갑지는 않다”면서 “착잡하고 씁쓸하다”라고 어렵게 말문을 열었다.

최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는 열심히 잘 만들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면서 “영화진흥위원회를 통해 3억 원의 투자를 받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개런티를 양보하면서 작은 영화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만들었고, 개봉 첫 주에 그 꿈이 실현되는 듯 했다”라고 털어놨다.

특히 “첫 주에 20만, 좌석 점유율 1위를 했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뻤다”라면서 “그런데 영화가 교차상영으로 하루 두 번 조조와 심야로 몰리는 상황을 보면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일었고, 정말이지 산소 호흡기를 떼는 심정이었다”라고 탄식했다.

최 감독은 “무엇보다 영화를 본 이들이 스스로 토론도 하고, 영화와 관련해 사회적 이슈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는 점에서 뿌듯했다”면서 “그러나 그런 영화가 갑자기 못난 부모 만나 산소 호흡기를 떼는, 존업사 아닌 존엄사를 하게끔 했다는 것에 너무 미안할 따름이다”라고 북받치는 감정을 호소했다.

마지막으로 최 감독은 “좀 더 큰 제작사, 배급사로 안정된 시스템에서 출발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영화를 추천해준 분들에게 미안하고, 배우들에게 미안하고, 영화를 봐준 관객들에게 미안하다”라고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한편, ‘집행자’는 교도관의 시선으로 바라본 사형에 대한 이야기로, 5일 개봉과 동시에 20만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전체 2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집행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개봉 등과 맞물려 개봉 2주 만에 ‘교차상영’에 놓이게 됐다.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 사진 양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