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희 "가장 상처받은 건 연기력 논란"
KBS '아이리스'서 최승희로 업그레이드

김태희(29)는 솔직했고 심플했다.

겸손했지만, 마음 속 이야기를 꺼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고, 자신이 가진 카드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가감 없이 내보였다.

좀 에둘러가도 되고 좀 피해도 됐지만, 그는 영롱한 빛이 감도는 얼굴처럼 진심이라는 정공법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경기 파주의 한 천주교 묘지에 마련된 KBS 2TV '아이리스' 촬영 현장에서 그를 만났다.

사진기자가 한동안 그의 의상이 너무 검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고 촬영에 빠져들 정도로 그는 빛나는 미모를 뽐냈다.

김태희는 '아이리스'에서 NSS(국가정보원)의 최고 프로파일러 최승희 역으로 주목받는다.

특히 동료 김현준(이병헌 분)과의 절절한 사랑은 연일 화제를 모으는데, 지난 5일 방송에서 그가 현준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오열하는 연기도 호평을 받았다.

그는 "가슴 아픈 사랑은 자신이 없지만, 일본 촬영분에서 보여준 그런 사랑은 너무 하고 싶다.

나도 그때는 승희가 참 부러웠다"며 웃었다.

--시청률이 30%를 넘어섰다.

▲기쁘다. 나 역시 방송을 보며 이 작품이 카메라 움직임이나 스케일에서 확실히 다른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내가 보기에도 영화처럼 멋진 드라마인 것 같다.

첩보 액션 대작이지만 내가 초반에 액션 분량이 별로 많지 않아 잘 실감하지 못했고, 그저 대작에 피해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을 했는데 작품이 근사한 것 같다.

(웃음)

--이병헌과의 멜로 연기가 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베드신이 화제였다.

반응이 좋아 다행이다.

이병헌 선배가 멜로 아이디어를 많이 내셨다. 키스하며 입에 든 사탕을 전해주는 것이나, NSS 사무실에서 책상 밑으로 승희가 현준의 다리를 쓰다듬는 장면 등이 그렇다.

승희의 다리에 현준이 수갑을 채우는 건 내 아이디어였다.

(웃음) 두 사람이 요원이니까 데이트도 조금은 다르게 할 것 같았다.

베드신은 편하게 찍었다. 말이 베드신이지 난 민소매 티를 입었고 침대에서 키스하는 정도라 크게 부담은 없었다.

또 둘이 담요를 감싸고 테라스에 서 있는 장면도 아름답게 나왔지만, 사실은 너무 추워 담요 안에는 옷을 엄청 껴입는 상태였다.

(웃음) 베드신보다는 NSS에서 기습 키스를 당한 후 현준의 뺨을 때리는 연기가 감정적으로 훨씬 어려웠다.

--승희는 엘리트 요원이지만 멜로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것 같다.

▲내가 멜로에 욕심을 좀 냈다.

다른 배우들은 비주얼적으로 요원에 어울리는데, 난 상대적으로 동글동글한 이미지라 계속 냉철한 요원으로만 나오면 안 될 것 같았다.

내가 살 길은 멜로라고 생각했다.

(웃음) 사람들이 날 야무지고 똑 부러진 이미지로 보지만 실제의 난 되게 어설프고 허점이 많고 빈틈투성이다.

그게 연기를 하면 다 드러나게 마련이니 지적이고 예리한 요원의 모습에만 머물 수 없었다.

--액션 연기는 어떠했나.

▲지금까지 보인 것은 많이 아쉽다.

처음에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의욕이 컸는데 연습하면서 다치고, 또 같은 여자인 선화(김소연)와 싸우느라 죽기 살기로 싸우지 못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10부에서 보일 액션 신은 마음에 든다. 테러리스트랑 붙는 신인데, 상대가 덩치 큰 남자 배우라 내가 마음 놓고 때렸다.

그분이 촬영 끝나고 '매에는 장사 없더라'며 괴로워하셨는데 너무 미안해서 맛있는 밥을 샀다. 액션 연기하느라 정말 온몸에 멍이 잔뜩 들었지만 하고 나면 쾌감이 든다.

변태인가?(웃음) 총 쏘는 건 그보다 어려운 것 같다.

풍선 터지는 소리도 무서워하기 때문에 총 쏘는 연기도 그 소리 때문에 어렵고, 폼을 잡는 것도 이상하게 어렵다. 어렸을 때 총싸움을 좀 할 걸 그랬다. (웃음) 이병헌 선배의 폼은 정말 완벽하더라.

--승희의 지금 심리상태는 어떠한가.

▲현준이 죽었다고 확실히 믿게 됐지만 그렇다고 그를 쉽게 잊지는 못한다. 큰 아픔을 겪어 더욱 성숙해졌지만 현준에게서 완전하게 빠져나온 건 아니다. 그저 일상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자신을 향한 사우(정준호)의 마음을 알지만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열 여유는 없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 셋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승희는 현재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지만 원래는 매사 자신만만한 캐릭터다. 김태희는 어떤가.

▲난 자신감이 많이 없다. 내가 마치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보이고, 고민도 없는 것 같다고 하는데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도 콤플렉스가 있고, 고민이 너무 많다.

연기를 시작한 후에는 미래가 막막할 때가 많았다.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없어 답답한데 길은 안보였다. 지금도 뭔가를 깨치지는 못했고 여전히 연기가 어렵고 그에 대한 고민도 진행형이다.

계속 도전하고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루머에는 별로 동요를 안 하는 편이다.

사실이 아니니까. 그런데 내가 가장 상처를 받는 것은 연기력 논란이다.

나도 인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리스'를 통해 그동안의 막연하고 답답했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고, 이 작품이 내 연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현재 최고의 스타인데 너무 위축된 것 아닌가.

▲스타? 잘 모르겠다. 이미지나 외모로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좋은 것보다는 부족한 게 더 크게 눈에 보이고, 부정적인 시선에 더 고민하게 된다.

외모 또한 큰 이목구비가 연기자로서는 그다지 좋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작은 표정도 크게 읽혀 '오버' 논란이 나오는 것 같고, 또 내가 입이 돌출형이라 잘 안 닫히는 것도 콤플렉스다.

교정을 했는데도 그렇다.

의사 선생님이 최대한 집어넣었는데 여기까지가 한계라고 하더라.(웃음) '아이리스'에서도 승희는 현준과 사우가 첫눈에 반하는 인물인데, 안 예뻐 보이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지금껏 CF에서 워낙 예쁘게 만들어줬으니 드라마에서는 그보다 못할 텐데 어쩌나 걱정했다.

--앞으로 어떻게 지내고 싶나.

▲21살에 CF 모델로 데뷔했고 23살에 드라마를 시작했다. 세월이 너무 빨리 지나서 신기하다. 바쁘게 살려고 했는데 하나도 한 것 없이 지나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는 연기에 대한 열정을 더 키우고 싶고, 내 안에 어떤 잠재된 소질이 있어서 그것을 발견해 냈으면 좋겠다.

얼결에 연기를 시작해 그간은 내가 자질이 없다고 생각하고 좌절한 적이 많았는데, 이제는 앞만 바라보고 가고 싶다.

(파주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