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오사카 원코리아 페스티벌 개런티 없이 참여

"무료 출연이요? 많은 것을 배워가는 만큼 오히려 제가 큰 도움을 받아가는 것이죠."
연기자 권해효(44)씨에게는 정치ㆍ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엔터테이너라는 뜻의 '소셜테이너'(Social+Entertainer)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다.

2002년 대선때는 노무현 후보의 당선을 위해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하며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던 그는 진보적 시민사회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는 단골 게스트로 초청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행사에서는 사회자로 나서기도 했으며 는 '북녘어린이영양빵공장사업본부'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그가 출연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행사 중 절반가량은 노 개런티다.

5년째 참가하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원코리아페스티벌 역시 금전적인 대가를 받지 않고 기꺼이 일본행 비행기를 탄 경우다.

25일 열린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오사카에 머물고 있는 권해효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 개런티" 얘기가 나오자 손사래부터 쳤다.

그는 "주최측에 도움을 주려고 페스티벌에 왔다기보다 오히려 내가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휴전선도 없는 일본에서 동포들이 민단과 총련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치르며 힘들게 살아왔었는데 그분들이 함께 어우러져 통일을 얘기하는 자리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데요.

역사 수업에서는 배운 적 없는 살아있는 근대사를 배우는 것이죠."
그가 처음 페스티벌에 참여한 것은 사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다른 시민단체의 활동을 일본 사회에 알리는 것이 첫번째 목적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북녘어린이영양빵사업본부의 활동을 일본 동포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페스티벌에 왔었다.

하지만 직접 동포사회의 사람들을 만나 이들의 사는 얘기를 들은 뒤에는 페스티벌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회자 김제동씨의 프로그램 하차 논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씁쓸한 표정을 감추며 "내가 언급하기에는 적절치 않다.

그냥 길게 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답변을 피했다.

"'괜찮느냐'고 주위에서 자꾸 걱정을 해주는 게 부담스럽다"고도 덧붙였다.

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게 배우로서는 부담이 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신의 생각을 대신했다.

"백기완 선생은 언뜻 평생을 싸움꾼(투쟁)으로만 살았을 것 같지만 잘 생각해보면 그저 세월을 살아온 것이고 역사를 헤쳐나간 것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배우가 자신의 사고를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입니다.

"
대학교(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3학년 재학 중 연극무대에 서며 연기를 시작한 권해효에게 올해는 연기자 데뷔 20년이 되는 해다.

오래간만에 영화 출연 계획도 잡혀 있으며 최근에는 새 TV 드라마 '신의 손'의 촬영도 시작됐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출연 작품 얘기와 함께 "올 가을에는 시민사회단체 행사가 많아서 특히나 바쁘다"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최근 들어 후원자를 모으는 시민단체들의 행사들이 유난히 많네요.

예전과 달리 새 정권 들어 정부 지원금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단체들이 많아서 후원회가 많나봐요.

그래서 저를 불러주시는 분들도 많지 않나 싶습니다.

"


(오사카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b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