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기업' 프로 신설-'글로벌 코리아'위해 뛰는 한국기업의 열정과 뚝심 방영 검토

파이팅! 코리아 캠페인-긍정적 마인드 심을 것

'PD저널리즘'의 오해-'광우병' 논란 책임 통감‥단순 비판보단 대안 제시

국민 공론장으로-100분토론 사회자 교체는 '초심'살리려는 뜻‥정치적 외압 없었다.


위기의 MBC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조직 개편과 경영 효율화 작업에 착수한 데 이어 '이코노미 프렌들리'를 슬로건으로 내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PD수첩' 파문으로 짙게 드리워진 '편파방송'의 꼬리표를 떼고 기업과 사회와의 불화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MBC의 과감한 변신을 지휘하는 주인공은 엄기영 사장.그는 2개월 전 '뉴 MBC 혁신플랜'을 승부수로 던졌다. 안팎의 관심이 쏠려 있는 엄 사장을 지난 22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해 3월 CEO로 취임한 후 처음이다.
위기의 MBC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조직 개편과 경영 효율화 작업에 착수한 데 이어 '이코노미 프렌들리'를 슬로건으로 내건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지난해 'PD수첩' 파문으로 짙게 드리워진 '편파방송'의 꼬리표를 떼고 기업과 사회와의 불화를 해소하려는 의지가 담겨 있다. MBC의 과감한 변신을 지휘하는 주인공은 엄기영 사장.그는 2개월 전 '뉴 MBC 혁신플랜'을 승부수로 던졌다. 안팎의 관심이 쏠려 있는 엄 사장을 지난 22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언론사와 인터뷰를 한 것은 지난해 3월 CEO로 취임한 후 처음이다.

▼'뉴 MBC 혁신 플랜'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성과는 있는지요.

"지난 1년8개월간 CEO를 하면서 '지속 가능한 핵심 역량'을 어디서,어떻게 찾아내야 할지 줄곧 고민해왔습니다. 그 결과물이 '뉴 MBC 혁신플랜'입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자는 것입니다. 우선 공정성 문제를 제도적으로 보완하기 위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공정성위원회를 최근 출범시켰습니다. 경영 효율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예산 혁신과 중장기 인력운용 방안 등도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

▼산업계에서는 MBC가 기업과 유난히 대립각을 세운다고들 합니다.

"사실 MBC가 여타 공중파 방송과 비교할 때 유별나게 기업과 대립각을 세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방송사들이 동시에 기업의 잘잘못을 비판적 시각에서 다루더라도 '아마 MBC 프로그램 보도일거야'라는 반응이 많았던 것 또한 잘알고 있습니다. MBC가 그런 시각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사랑과 존경을 받는 '러브마크(Love Marks)'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새롭게 '리포지셔닝'돼야 합니다. 단순 비판 기능만으로는 사랑과 존경을 기대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MBC를 국민통합을 위해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하는 언론사로 바꿔나갈 계획입니다. 그 국민통합을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의 하나가 바로 경제살리기입니다. MBC는 '이코노미 프렌들리' 방송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

▼'이코노미 프렌들리'와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도 있을 듯 싶습니다.

"'글로벌 코리아'를 앞장서 실현하는 기업들은 분명 애국자입니다.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찾아 11월 프로그램 개편 때 내놓겠습니다. 세계 1등을 향해 뛰고 있는 현장의 모습을 프라임 타임에 편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기업에 대한 신뢰를 높이면 투자를 활성화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연히 국민들도 자신감이 생기고 그 'Can do' 정신이 소비 활성화로 연결돼 경기회복을 앞당길 것으로 봅니다. 내년에 다시 경기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는 '더블딥'을 극복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더블딥을 피하려면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동시에 이뤄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경제주체인 국민과 기업 정부가 위기 극복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갖지 않고는 불가능합니다. 그 역할을 MBC가 맡겠습니다. "

▼지난해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진실게임을 넘어 공영방송으로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지 않았습니까. PD저널리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취임 직후 경영 전반을 파악하던 와중에 일이 불거졌습니다. 간판 심층프로그램의 제작 과정에 오류가 발생해 틀린 내용은 방송으로 정정했고,제가 직접 사과도 했습니다. 이 사안이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된 데 대해 경영자로 책임을 통감합니다. 그러나 'PD저널리즘'을 '저널리즘'과 구분하는 데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PD들의 시각이 다소 편협하고 취재와 제작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부정적 견해가 있지만 부족한 논리적 근거와 사실(fact)은 시스템으로 보완하면 됩니다. 이제 저널리즘은 시대변화에 따라 단순한 비판에 머물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MBC는 국민 에너지를 통합하는 캠페인에 앞장설 것입니다. "

▼통합이란 단어를 자주 언급하시는데.

"비판 못지않게 언론의 중요한 기능이 사회적 통합입니다. MBC가 '파이팅 대한민국'을 혁신 플랜의 구호로 내건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과거 민주화 시대에는 반독재 민주화가 절대적인 공공의 선이었다면 이제는 우리가 안고 있는 빈부 세대 지역 이념 등 4대 갈등의 조정자이자 대안자로서 역할이 중요합니다. "

▼언론이 아젠다(의제)를 설정한 뒤 따라오라는 식으로 국민을 가르치려 한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MBC도 프로그램 제작 시 지나치게 공급자 위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요.

"미디어 시장이 무한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데 과연 공급자적 마인드로 경영이 가능하겠습니까. 이젠 고객중심 경영을 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경영이 담보되지 않는 시대입니다. 주 고객인 시청자뿐만 아니라 기업의 잠재 욕구를 발빠르게 찾아내 프로그램으로 구현하고,마케팅 전략에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를 끊임없이 연구해 대안을 모색해야 살아남게 됩니다. "

▼혁신플랜에 대한 노조의 반대가 여전하다는데,편성,보도,제작권한을 경영진이 확고하게 갖고 있는지요.

"외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노조가 과격해서 힘드시죠'라는 받고 싶지 않은 인사를 많이 받습니다. 솔직히 말해 그런 인식은 조금 과장된 것입니다. 편성과 제작 등에 관한 최종 권한은 경영진에 있다고 사규에 규정돼 있고 실제로 그렇게 집행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영방송'이란 이미지는 경영진으로서 쇄신해 나갈 책임이 있다는 점도 인정합니다. 그래서 MBC의 강점인 '자율'은 살리되,책임을 명시할 계획입니다. 가령 경영진인 본부장의 총괄책임이 구체화돼야 '책임경영'을 명확히 할 수 있는 거지요. "

▼MBC는 진보 성향이 강한 방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본인의 성향은 어느 쪽이라 생각하십니까.

"보수냐, 진보냐,좌편향이냐,우편향이냐하는 이분법적 논쟁은 이제 끝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성향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너무 거북합니다. 얼마 전 한국경제신문에서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경제사적 관점으로 볼 때도 좌파 · 우파 정책이란 것들이 명확히 구분돼 있지 않으며 이념 논리에서 벗어나야 경제정책이 성공한다고 주장한 것을 보고 공감한 바 큽니다. 경제사적 개념을 언급한 이유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성장이냐 분배냐' 등 국민을 잘 살게 하는 접근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정(正) 반(反)'의 이분법적 논쟁보다는 합(合)의 실천전략을 구현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저와 MBC에 주어진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

▼현재 MBC 프로그램 경쟁력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일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특히 '뉴스데스크'와 '100분토론'에 대한 경쟁력 하락을 지적하는 보도들이 있었는데요.

"MBC의 프로그램 경쟁력은 좋습니다. 1분기에는 좋지 않았던 게 사실이지만 5월부터 시청률 1위를 탈환한 후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TNS미디어 수도권 시청률 조사자료에 따르면 3분기에도 전체 평균 시청률 8.1%로 1위를 달렸습니다. '선덕여왕'이 시청률 40%를 돌파해 간판프로로 정착했고,저녁 프라임 타임대의 시트콤과 일일연속극,예능프로들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뉴스데스크'도 경쟁 방송과의 시청률 격차를 줄여가고 있고요. 때문에 상반기에 394억원의 적자였지만, 3분기 들어 200억원 이상 흑자를 내 적자폭이 대폭 줄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로는 흑자가 예상됩니다. "

▼최근 '100분토론'의 사회자 교체와 관련, 말들이 많습니다.

"'100분토론'은 아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포맷 변경 등을 포함한 개선방안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국민 다수의 호응도가 높은 '공론장'이라는 애초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지요. 이런 경영판단이 왜곡돼 항간에선 특정 앵커를 정치외압으로 교체한다고 하니,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저도 한때 시청률이 저조해진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으로 교체된 바 있습니다. "

▼임기가 끝난 후 어떤 선배,어떤 CEO로 평가받고 싶습니까.

"MBC 역사상 이처럼 위기가 한꺼번에 몰려온 적은 없었습니다. MBC를 안전하게 운항해 후배들에게 격랑을 헤쳐온 지도자,러브마크를 좌표로 제시한 CEO로 평가받고 싶습니다. 사실 그동안 '너무 부드럽다''결단력과 소신이 없는 게 아니냐''경영 철학과 비전의 구체성이 부족하다' 등 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숙고한 '뉴 MBC 혁신 플랜'을 발표 했을 때도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의 뜻이란 의혹도 받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MBC 후배와 방문진 누구를 만나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다'고 단호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나름대로 '엄기영식 경영'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

글=유재혁/사진=허문찬 기자 yoojh@hankyung.com

------------------------------------

엄기영 사장은‥트렌치 코트 입은 파리특파원, 단숨에 '방송 스타'로

엄기영 MBC 사장(58)은 대중의 인기를 가장 많이 모은 앵커 출신 최고경영자(CEO)다. 1980년대 중반 파리특파원 시절 트렌치코트의 깃을 올린 채 뉴스를 전달하던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았다. 한결같이 양복을 입고 등장하던 여느 기자들과는 달리 곱상한 얼굴에 세련된 패션이 돋보인 까닭이었다.

황당한 사건에 대한 그의 멘트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는 한동안 개그맨들이 패러디할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는 항상 밝은 낯빛과 친절한 태도로 상대방을 맞아 호감을 주는 스타일로 평가된다.

그는 1977년 비행기 추락 사고로 거의 죽었다 살아났다. 당시 취재 후 돌아오던 경비행기가 추락,탑승자 6명 중 엄 사장을 포함한 기자 2명만 살았다. 그는 "'덤 인생'을 살고 있다"며 "받은 사랑만큼 국민과 나라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1951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난 그는 춘천고와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74년 MBC에 입사해 프랑스 파리 특파원,뉴스데스크 앵커,보도국장,보도본부장 등 요직을 두루 역임하고 지난해 3월 사장에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