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최고 수혜자는 누구일까?.

물론 주인공이었던 F4의 이민호, 김현중, 김범, 김준이나 구혜선도 대스타 대열에 올랐지만, 그들에 비해 적은 분량에도 세간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안방극장의 여주인공으로 급부상한 ‘발칙한 약혼녀’ 이민정 만큼은 아닐 듯 싶다.

특히 작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이민정은 드라마 이후 모 통신사 단 한편 CF로 그 인기의 여세를 몰아 타이틀롤을 거머쥐는 행운까지 얻게 됐다.

통통튀는 매력의 이민정. 그녀는 그 매력을 넘어서 속물중의 속물이자, 시집 잘 가는 게 꿈인 철없는 막내딸로 분해 안방극장을 달굴 태세다.



데뷔 3년, 그러나 그녀의 꼬리표는 하재경!

데뷔 3년 만에 대어를 낚았다. 바로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철없는 약혼녀 ‘하재경’ 역을 맡은 것.

1982년생인 그녀는 늦은 나이인 2006년 MBC 아침드라마 ‘있을때 잘해’에서 김윤석(하동규 역)의 까칠한 여동생 ‘하정화’ 역으로 연기 데뷔식을 치렀다.

당시, 하희라의 안방극장 복귀작이자 김윤석의 파격 불륜 연기로 큰 인기를 모은 ‘있을때 잘해’에서 바람피는 오빠 김윤석에게 당당히 할 말 다하며 시청자들의 속풀이 역할을 톡톡히 해준 그녀가 바로 이민정이다.



“‘있을 때 잘해’ 전에 베스트 극장에 출연하긴 했지만 정식 데뷔작은 이 작품으로 봐야할 거 같아요. 데뷔작이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작품으로, 하희라 김윤석 선배한테 많은 것을 얻기도 했지만, 정말 배우란 무엇인지 깨닫게 해 준 작품이기도 하죠.”

‘있을때 잘해’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은 이민정은 이후 MBC 주말드라마 ‘깍두기'에 연이어 캐스팅되는 행운을 안았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당시 세간의 시선은 ‘있을때 잘해’의 하정화 역을 맡았던 이민정과 ‘깍두기’의 백조 ‘이민도’ 역의 이민정을 동일 인물로 생각지 않았던 것.

“저도 그랬지만 친구들이 유난히 더 속상해 했어요. 예쁜 외모도 아닌데, 화면은 더 잘 안나오는 거 같고…. ‘난 화면발이라는 게 없나봐’ 했는데 ‘꽃보다 남자’ 역으로 캐스팅돼 머리까지 자르고 나니 더 몰라보시더라고요. 하지만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면 다양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요?.”

‘깍두기’에 이어 2008년 ‘누구세요’에 출연한 이민정은 이후 최고의 작품인 ‘꽃보다 남자’에 전격 캐스팅된다.
“드라마 자체가 판타지적인 부분이 없지 않아 캐릭터 자체가 예쁘게 포장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데뷔 3년 차지만 ‘꽃보다 남자’의 하재경으로 많이들 알아봐 주시거든요. 기분이 좋으면서도 아직은 어색해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특히 머리를 묶지 않고 외출하면 알아봐주시는데, 묶으면 아직도 많이들 모르세요(웃음).”



“망가져도 난 좋아!” ‘왈가닥’ 약혼녀→ ‘시한폭탄’ 막내딸

이민정에게 있어 ‘꽃보다 남자’는 인기를 얻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배우 이민정의 내재된 끼에 대해 시사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엉뚱 발랄한 캐릭터는 많지만, 이민정표 만의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악동 연기가 바로 그 것.

그 연기는 연기자 최다니엘과 출연한 모 통신사의 CF를 통해서도 발산돼 웃음과 함께 강한 인상을 남겼다.

왈가닥 약혼녀에서 다리털을 밀고, 엘리베이터에서 방귀를 서슴없이 끼는 털털녀를 선보인 이민정은 이번에는 진정, 제대로 망가진 캐릭터로 안방극장을 또 다시 달구겠다는 각오다.

“‘그대 웃어요’에서는 정말 망가져요. 또 다른 사람으로 느껴질 수 있을 정도일 거예요. 캐릭터가 ‘하재경’과 같은 발랄함도 있지만 싸가지녀-지레녀-폭탄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막내딸 역할이거든요. 1회부터 웨딩드레스 입고 뛰어다녀요.”


하재경과는 극과 극 캐릭터로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또 하나의 폭탄으로 안방복귀를 예고하고 있는 이민정은 그 각오나 욕심이 대단하다.

“어떤 여배우나 이런 캐릭터에 욕심이 날 거 같아요. 때문에 많은 부담감이 있죠. 특히 25살로 늦게 데뷔해 어린 역할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 등 캐스팅이 취소되는 서러움을 많이 받았어요. 데뷔 첫 주연작이다 보니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 책임감도 앞서고. 하지만 없던 힘이 나요. 그게 주인공의 힘인 가봐요.”


“배우란? 끊임없이 배우라고 배우래요”

2006년 25살의 나이로 데뷔한 늦깎이 이민정.

2009년까지 4년 동안 4개의 작품을 통해 한 계단 한 계단 밟아 온 그녀는 5번째의 계단을 앞두고 그 설렘과 각오가 대단하다.

전작 캐릭터에 대한 부담도 부담이지만, 데뷔 초년병이 짊어지고 가야할 주인공이라는 무게가 적지 않은 것.

“지금까지 주인공들이 만들어 놓은 곳에 제가 잠시 들어가 판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제가 그 무대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부담도 큰 게 사실이죠. 하지만 사실 부담이라기 보다는 책임감이라는 말이 옳은 거 같아요. 그 책임감으로 위에 탈도 나고 식도도 역류되고, 병원 신세를 적지 않이 지고 있는데, 그래도 행복하네요.”


이민정의 첫 주연작 ‘그대 웃어요’에는 정경호, 이규한, 이천희, 최불암, 강석우, 천호진, 송옥숙, 최정윤, 허윤정, 정소녀, 전혜진 등 쟁쟁한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다.

때문에 수장으로서의 부담감 또한 상상 이상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민정은 망가져도, 맞아도, 뛰어도 좋단다. 그게 배우라는 것.

“끊임없이 성장하고 배워야 해서 배우래요. 배우고 성장하고 그만큼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 이민정이 되기 위해 노력할게요. 정말 이번 드라마 잘돼야 해요~. 첫 주연작인 만큼, 그 설렘이 오래오래 남을 수 있도록 많이많이 봐주실거죠~?(웃음).”

뉴스팀 김명신 기자 sin@hankyung.com / 사진 양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