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의 전반전은 일종의 현장학습이었죠.충분히 배운 만큼 후반전엔 사회에 메시지를 보내는 공연에 몸을 던질 겁니다. "

배우 김선경(41)이 달라진 모습으로 무대 위에 올랐다. 다음 달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에서 공연하는 모노 뮤지컬 '당신도 울고 있나요'를 통해서다.

김선경은 1988년 데뷔 이후 뮤지컬 '드라큘라''넌센스 잼보리''파우스트''루나틱''클레오파트라' 등에 출연하며 뮤지컬대상 인기상을 세 번 수상하는 등 뮤지컬 스타 반열에 올라있다. 작년에는 드라마 '태왕사신기''크크섬의 비밀' 등에 출연,안방극장에서도 큰 호응을 받았다.

'당신도 울고 있나요'는 라디오 방송에서 사연을 읽어주듯 나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결혼한 부부의 변화,어머니의 사랑 등 7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보랏빛 향기''립스틱 짙게 바르고' 등 인기가요와 버무린 옴니버스 형식의 뮤지컬이다.

이번 공연에서 김선경은 극중 7인 역을 소화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공연을 기획하고 원안을 쓰면서 연출까지 깊숙이 개입했다. 그는 "작품에 이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이혼,사기 등 개인적으로 아팠던 경험들과 그동안 사회를 보면서 느꼈던 것을 배우답게 극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이번 무대에 대한 그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공연을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새벽 5시까지 극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계속 고쳤다. 극이 올라간 후에도 하루에 4시간 이상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극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전력투구했다. 그는 "매일 공연 이후 스태프들과의 회의를 통해 무대를 변경하고 극본을 다듬는다"며 "집에 예쁜 물건이 있으면 무대 소품으로도 가져온다"고 웃었다.

그에게 이번 공연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는 어머니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다. 그는 "극중 어머니처럼 제 어머니도 저에게 '너는 특별한 아이'라며 격려해주셔서 여기까지 제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신도 울고 싶나요'의 화 · 수요일 공연은 미혼모나 보호쉼터의 여성 등에겐 무료다. 김선경이 개런티 전액을 포기하고 만든 이벤트다. 그는 "힘들게 사는 여성분들이 제 공연을 즐겁게 보고 마음을 치유했으면 좋겠다"며 "기업의 기부 등을 통해 이런 기회가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시간30분여 동안 진행되는 공연은 막이 내린 후 특별한 이벤트가 준비돼 있다. 공연이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김선경이 무대에 다시 등장하면 객석과 무대는 하나가 된다. 원하는 관객 한 명을 무대로 불러내 마치 토크쇼를 하듯 사랑과 아픔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시간을 갖고 이후 관객의 발을 물로 씻어준다. 그는 "사람의 몸 중 가장 허드렛일을 하는 부위가 발"이라며 "가장 대우받지 못하는 발을 씻어주면서 관객의 상처를 치유해주고 싶어서 마련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내년에는 사기와 폭력을 주제로 극을 올리겠다"는 김선경의 다음 공연은 뮤지컬 '건메탈 블루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