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덕여왕'서 '화랑의 전설' 문노 역


"'문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존재 같아요. 제가 봐도 멋집니다.(웃음)"

최근 MBC TV '선덕여왕'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문노'다.

'화랑의 전설'로 불리는 문노는 드라마 초반에 등장했다가 사라진 뒤, 얼마 전 다시 등장해 덕만 공주(이요원 분)와 미실(고현정)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다.

자연히 문노 역의 정호빈(40)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고, 놀라고 있어요. 축하 전화도 많이 받고 있고, 격려도 많이 해주시네요. 운 좋게 좋은 역을 맡았습니다."

문노는 미실과 대적할 운명을 지닌 갓난아기 덕만이 미실의 계략을 피해 무사히 중국으로 피신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이자, 미실이 버린 아들 비담을 자신의 제자로 키운 스승이다.

지덕체를 고루 갖춘 그는 특히 무공이 빼어나 당할 자가 없다.

공중으로 뛰어올라 쉴 새 없이 발차기를 하는 모습이 압권.


"무예를 뽐내기 힘듭니다. (웃음) 아무래도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재미있으니까 문노의 무예 시범이 종종 등장하는데 연기하면서 많이 다쳤습니다. 타박상 정도는 아프다고 말도 못해요."

그런 문노는 '정의의 상징'으로도 비친다.

백성을 가엾게 여기고, 신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그는 늘 바른길을 찾으려 한다.

"정의의 상징은 너무 거창한 것 같고, 그저 서민들 힘들 때 힘이 돼주고 도움이 되는 인물이에요. 문노가 왜 이렇게 멋지게 그려질까 생각해봤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문노 같은 인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그려지는 것 같아요. 시청자들도 힘든 시기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들을 문노가 대신 이뤄주고 풀어주기를 기대하는 것 같아요."

사실 문노는 드라마에 돌아오지 못할 뻔했다.

"초반 1~2회만 출연하는 줄 알았어요. 극 전개상 중요한 역이지만 드라마에 힘을 실어주고 빠지는 역이었거든요. 그런데 문노에 대한 반응이 좋으니까 지난달에 다시 연락이 왔어요. 이번에도 잠깐 나오는 줄 알았는데 꽤 비중이 있네요. (웃음) 하지만 문노도 퇴장해야 할 때가 있지 않겠어요? 조만간 큰 반전이 올 때 그 상황 속에서 문노도 퇴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재미있는 것은 정호빈이 현재 두 드라마에 겹치기 출연 중인데, 두 배역이 동일 인물임을 모르는 시청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는 SBS '태양을 삼켜라'에서는 장민호(전광렬)를 보필하는 백실장으로 출연 중이다.

이번에는 현대극인 데다 악역이다.

"다행이죠. 두 인물이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모르는 게 저로서는 더 좋은 거잖아요. 문노의 생명이 길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겹치기 출연을 하게 됐는데, 동시에 180도 다른 역할을 연기하는 것도 흔치 않은 기회 같아요."

그는 2003년 '올인'을 시작으로 '부활', '주몽', '히트', '꽃보다 남자'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무림여대생', '무영검' 등의 영화에도 출연했다.

그러나 이름을 알리기에는 늘 뭔가 부족했는데, 이번에 문노 역을 맡으며 비로소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도인 같은 문노 분장이 무척 잘 어울린다는 평가도 덤으로 얻고 있다.

"'선덕여왕' 촬영장에서 느끼는 기운이 아주 좋고, 연기하는 게 즐겁습니다. 이 나이에 그런 멋진 역할을 해볼 수 있어서 행복하고요. 잘 어울린다니 기분 좋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