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선덕여왕' 독주에 KBSㆍSBS '끙끙'


"'선덕여왕'과 대적할 자 누구일까."

MBC TV 사극 '선덕여왕'이 월~화요일 오후 10시대를 평정하면서 경쟁사인 KBS와 SBS 드라마국의 시름이 깊다.

경쟁작으로 내세웠던 드라마들이 모두 한자릿대의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데다, 새롭게 투입할 주자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50부로 기획된 '선덕여왕'은 11월 말까지 방영 예정인데다 벌써 연장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어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연말까지는 계속 '선덕여왕'의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선덕여왕'이 시청률 35.4%로 35% 벽을 넘어서던 지난 4일, 같은 시간에 방송된 SBS TV '드림'은 5.4%, KBS 2TV '결혼 못하는 남자'는 8%의 시청률을 각각 기록했다.

이 정도면 '경쟁'이라 부르기 민망한 정도의 격차.

방송 3회 만에 시청률 20%를 돌파하고 14회 만인 지난달 7일에는 30%를 넘어선 '선덕여왕'은 이에 앞서 SBS '자명고', KBS '남자 이야기'와의 대결에서도 KO승을 거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KBS와 SBS는 '선덕여왕'을 이기지는 못해도 최소한 경쟁은 할 수 있을만한 카드를 찾으려고 부심하고 있다.

질 때 지더라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져야지, 시청률이 너무 저조하면 광고가 아예 전멸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KBS는 '결혼 못하는 남자'의 후속으로 10일부터 납량특집극 '2009 전설의 고향'을 내세운다.

10개의 단막극으로 구성된 '2009 전설의 고향'에는 구미호를 비롯해 흡혈귀, 달걀귀, 목각귀, 가면귀 등 다양한 토종 귀신이 등장한다.

'전설의 고향'은 지난해 9년 만에 부활해 평균 시청률 17.7%를 기록하며 적지 않은 관심을 모았다.

KBS는 여름인 만큼 납량특집극이 '선덕여왕'과의 대결에서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09 전설의 고향'의 바통은 코미디가 잇는다.

5년 만에 안방에 복귀하는 황신혜가 주연을 맡은 '웬수와 함께 춤을(가제)'이 내달 14일 첫선을 보인다.

황신혜와 함께 오연수, 이재황이 호흡을 맞출 '웬수와 함께 춤을'은 발레리나를 꿈꿨던 전업주부와 현모양처를 꿈꾸는 발레리나, 두 여성이 팽팽히 대립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SBS는 가수 손담비의 드라마 데뷔작이자, 주진모와 김범이라는 막강 카드를 내세운 '드림'이 지난달 27일 6.3%로 출발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시청률이 4%대까지 추락하자 참담해하는 표정이다.

스포츠 에이전트와 격투기의 세계라는 이색 소재는 신선함을 전해주지만 '드림'은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초반부터 심하게 고전하고 있다.

이에 SBS는 '드림'의 후속작으로 강력한 복수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올 초 시청률 40%를 돌파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일일극 '아내의 유혹'의 김순옥 작가가 집필하는 '천사의 유혹'이 그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아내의 유혹'과 비슷한 '천사의 유혹'은 소재도 복수라는 점에서 같다.

'막장 드라마'라는 비난을 거세게 받았지만 시청률은 높았던 '아내의 유혹'을 노골적으로 답습하는 모양새.
이에 대해 SBS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과연 누가 '선덕여왕'과 대적할 수 있다고 보는가"라며 "김순옥 작가가 마침 복수를 소재로 한 또 다른 이야기에 대한 영감이 떠올랐다고 해서 그것을 바로 월화드라마로 편성했다.

어떤 내용인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선덕여왕'과 대적할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