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미국 시카고. 재미교포 2세 고영보 씨가 집에서 가슴과 목을 10여 차례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단 몇 시간 만에 범인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용의자는 바로 아버지 고형석 씨. 경찰은 아버지가 밤 늦게 들어온 아들과 말다툼을 벌이다 아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날 고형석 씨와 함께 있었던 아내의 얘기는 전혀 달랐다. 자신이 숨진 아들을 발견했을 때 남편은 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과연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취재진은 시카고 현지에서 故 고영보 씨의 부검에 참관했던 사람들을 만났다. 경찰 주장대로라면, 키 170cm에 63kg의 아버지가, 키 180cm에 90kg의 건장한 아들을 힘으로 완벽히 제압하고 잔인하게 살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영보 씨는 온 몸이 상처투성이였던 반면, 범인으로 몰린 아버지의 몸에는 작은 상처조차 없었다. 또 숨진 영보 씨의 방에는 사건 당일 누군가 같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단서도 남아 있었다. 의혹투성이의 사건. 취재진은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아버지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취재 과정에서 경찰 조사의 문제점도 속속 드러났다. 고형석 씨는 경찰이 시종일관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진술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아내가 자신의 범행을 목격했다며 자백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당시 경찰서에 같이 연행된 아내 고은숙 씨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등 기초적인 미란다고지조차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고형석 씨는 60억원을 보석금으로 내야 풀려날 수 있는 1급 살인범으로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1일 밤 11시 15분 방송될 SBS '뉴스추적'은 고영보 씨 사망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고, 해외에서 범죄 피해를 입고도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지 못하는 재외동포들의 실태와 해결 방안을 집중 보도한다.



뉴스팀 이미나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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