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분명합니다. 유통과 식음료 부문 계열사들처럼,영화 사업에서도 1위를 차지하는 겁니다. 그러나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밟아갈 계획입니다. "

손광익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표(55)는 영화 배급사업 진출 5년 만에 2위로 뛰어오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롯데는 지난해 말 개봉한 코미디 '과속스캔들'(830만명)을 비롯 상영 중인 코미디물 '7급 공무원'(410만명)과 할리우드 영화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440만명) 등을 투자 배급해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올 들어 5월 말까지 8편을 배급,1254만명을 동원해 1285만명을 기록한 1위 CJ엔터테인먼트를 바짝 추격했다. 이달 들어서도 비슷한 흥행 패턴을 보이면서 올 들어 23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급증했다. 2004년 영화 배급사업에 뛰어든 후 2006년 8위,2007년 5위,2008년 4위에 그쳤던 예전의 모습과 사뭇 달라졌다.

"흥행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투자합니다. 지난해 초 시나리오만 나온 상태에서 한국 내 배급권을 따낸 '터미네이터~'가 대표적인 사례죠.당시 주인공이 확정된 상태였더라면 저희에게 기회가 오지 않았을 겁니다. 리스크를 안고 투자한 게 적중한 셈이죠."

그는 식인멧돼지를 다룬 차기작 '차우'도 근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이고,홍콩과 합작 예정인 '영웅본색' 리메이크작 제작비도 100억원 규모라고 강조했다. 또한 투자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연내 수백억원 규모의 펀드도 새로 조성할 계획이다.

"그렇지만 투자 결정에는 항상 '멋있게 지르기'보다는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사들처럼 엄격한 관리 체제를 도입했어요. 그래서 경쟁사 영화에 비해 감독과 배우 진용이 화려하지 않지만 실속은 훨씬 더 챙긴다고 주위에서 말합니다. "

그는 앞으로 영화 시장을 키우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19~29세 관람객이 전체의 48%를 차지하는 만큼 영화를 덜보는 중 · 고생들과 중년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작품을 집중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청소년들이 영화를 통해 밝은 가치관을 갖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롯데시네마 대표도 겸직하고 있는 그는 극장 사업 비전도 제시했다. "52개관 398개 스크린을 2012년까지 100개관 770개 스크린으로 늘려 CJ CGV(66개관 534개 스크린)를 추격할 겁니다. 현재 베트남에 3개뿐인 해외 영화관도 중국과 인도 등을 포함해 총 12개관 80개 스크린으로 확충할 계획입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