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콩을 들다'(감독 박건용)는 가난한 시골 소녀들이 역도를 통해 인간 승리를 일궈내는 휴먼 드라마.2000년 제81회 전국체전에서 15개 금메달 중 14개를 싹쓸이한 한 여고 역도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이 작품에는 다부진 체격의 역도 선수들 틈에서 엉뚱하게 S라인 몸매를 자랑하는 '제3의 주인공'이 시선을 붙든다. 몸에 착 달라붙는 선수복이 마음에 들어 역사가 된 민희 역 이윤회(23)가 바로 그녀.중국에서 활동하다 국내 영화에 첫 출연한 이윤회는 "민희는 실제 내 성격과 비슷하다"며 "튀는 배역은 관심을 더 받으니까 좋다"고 말했다. 17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너무 출연하고 싶더군요. 군수 딸인 민희는 공주병에다 새침데기예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나홀로' 행동하니 친구도 없어요. 단순하고 어린 캐릭터죠.속은 여린데 겉은 센 척하는 모습이 저와 닮았더라고요. "

민희는 극중에서 몸매를 과시하고 싶어 역도복을 입고 나다닐 만큼 철부지 소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스로 왕따'하는 인물의 전형인 셈.민희는 역기를 들다가 너무 힘주는 바람에 똥 싼 동료를 두고 "쪽 팔린다"며 한순간 테니스부로 갈아탄다. 168㎝ 키에 B컵 브래지어를 착용하는 그녀의 글래머 몸매를 자랑하는 데 테니스복이 역도복보다 좋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그러나 '튀는' 행동에는 응징이 따르는 법.

"테니스 코트에서 공맞는 장면은 정말 힘들었어요. 실제 공을 맞고 쓰러지는 장면을 서른 번이나 촬영했어요. 한겨울이라 공에 맞은 눈이 탱탱 붓더군요. "

역도부 가입을 허락받았을 때 신이 나서 껑충껑충 뛰다가 넘어지는 장면에선 다치기도 했다.

"실제 한쪽 다리가 뒤로 들릴 정도로 세게 넘어졌어요. 나중에 보니 허벅지와 종아리가 온통 멍들고 까졌더군요. 엎어질 때 속옷도 화면에 보였고요. 고교생들이 이 장면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을거라고 스태프들이 놀리더군요. "

민희의 이런 모습은 순전히 웃음을 주기 위한 장치.여섯 명의 역도부원 중 조안 등이 맡은 선수반 네 명과 감독(이범수) 역은 감동을 주는 반면,취미반인 민희와 미국 FBI가 되고 싶은 수옥은 감초 역할을 한다. 덕분에 최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이 영화는 감동과 웃음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반응을 얻었다.

"제가 맡은 민희 역으로 인해 드라마가 살았다고 생각해요. 튀는 배역은 관객들이 한번 더 보게 되고 관심도 더 받을 수 있어 좋아요. 차기작도 튀는 배역을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민희와는 다른 식으로 튀는 배역 말이죠."

2006년 방송드라마 '돌아와요 순애씨'에서 간호사 역으로 데뷔하고 CF 여러 편을 찍은 후 돌연 중국으로 떠난 경위를 물었다. "고교 시절 장쯔이를 닮았다는 기사가 소개된 적 있어요,그땐 (장쯔이처럼)턱이 더 뾰족하고 눈도 동그랬어요. 데뷔무렵 그 기사를 본 중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관계자가 중국 활동을 제의해 왔어요. "

그녀는 '한국에서 온 장쯔이'로 불리며 중국 푸젠성 온주에서 방송MC,여성지 '매혹'의 표지 모델로 나서는 등 MC와 모델로 활동했다. 7월2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