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나미수 교수 "불균등 성차가 내용 답습 불러"

텔레비전 드라마 제작 현장에 여성 인력을 늘려야 드라마의 내용과 여성 캐릭터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한국언론재단과 함께 11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젠더와 미디어' 국제 심포지엄에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나미수 교수는 "드라마 생산자의 성차의 문제와 제작의 구조적 요인들이 드라마 내용과 캐릭터의 답습을 가져오는 중요한 요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지금까지 텔레비전 드라마는 멋진 남성, 재취업, 일상탈출 등 틀에 박힌 '여성판타지'를 반복하는 경향이 있어 일각에서는 끊임없이 이를 지적해왔다.

나 교수는 드라마의 핵심 생산자라 할 수 있는 PD와 작가를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수행한 결과 "여성생산자와 달리 남성생산자는 여성 의식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여성의식을 드라마에 반영하고자 하는 생산자들도 관습이나 자기 검열 때문에 이야기를 변형시키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제작비나 제작 시간이 부족할 때도 드라마 생산자들이 새로운 이야기를 개발하기가 어려워 익숙한 관행에 따르게 됨에 따라 고착화된 내용과 캐릭터를 끊임없이 재생산하게 된다는 것이 나 교수의 설명이다.

나 교수는 "생산 현장에서 여성 인력을 확대해야 드라마에 여성주의적 시각을 담고, 여성 캐릭터와 드라마 내용을 다양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수정 충남대 교수는 '한국사회의 여성시청자들에게 텔레비전 드라마는 무엇인가?'라는 발표문에서 "여성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인물들의 관계와 현실의 대인관계를 오가며 자신이 택한 가치나 입장이 정당한 것인지 판단한다"며 "여성들의 드라마 시청 경험이 21세기를 이끄는 '타협과 공생과 배려의 기술'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3차 동아시아 양성평등 각료회의가 24-26일 한국에서 열리는 것을 기념해 열린 이날 심포지엄에는 변도윤 여성부장관과 신낙균 국회 여성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해 축사와 격려사를 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com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