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축하공연 '맹진사댁 경사'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힘찬 징소리에 이어 객석 뒤에서 호기롭게 등장한 배우 신구의 호령으로 34년 만에 복원 개관된 명동예술극장의 개관축하공연이 시작됐다.

5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 개막작 '맹진사댁 경사'는 1969년 5월 명동 국립극장에서 공연된 지 40년 만에 같은 자리에서 공연됐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연극 작품이면서 화합과 축하의 상징이라는 의미에서 개관작으로 선정됐다.

실제로 개관식과 '맹진사댁 경사' 공연, 이어진 리셉션까지 이날 행사는 연극인들과 관객들이 어우러진 축제 분위기에서 이어졌다.

430여 명의 관객은 명동 한복판에서 다시 펼쳐진 무대 위 배우들의 신명나는 몸짓과 대사에 집중했고 신구를 비롯한 배우들의 해학적인 대사에는 연방 웃음이 터졌다.

'맹진사댁 경사'는 전통적인 결혼 풍습을 소재로 사회와 제도, 개인의 갈등과 모순을 해학적으로 풍자한 작품.
신구는 영악하고 세속적이면서 자기의 얕은 꾀에 빠지는 맹진사로 분했다.

또 장민호와 서희승, 전무송, 정현 등과 장영남, 정경순 등 신구 세대가 조화를 이뤘으며 이날 공연에서는 영화 '맹진사댁 경사'에 출연했던 배우 최은희가 특별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100여 분간의 공연이 끝나자 객석에서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으며 맹진사의 아버지 역으로 출연한 원로배우 장민호와 최은희가 마지막 순서로 인사하자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공연에 앞서 열린 개관식부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과 연출자, 문화계 관계자들이 모여들면서 가족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황정순, 강부자, 이순재, 박인환, 윤석화, 양희경, 정동환, 김성원 등의 배우들과 손진책, 이윤택 등 연출자, 박계배 연극협회 이사장 등 연극계 '얼굴'들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각계 인사들도 명동예술극장 개관을 축하했다.

옛 명동국립극장에서 1974년 연극 무대에 데뷔했다는 연극인 출신 유인촌 장관은 무대에 올라 축사를 하면서 객석의 연출자와 배우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각별한 정을 표하기도 했다.

공연을 관람한 강부자는 "이곳은 좋은 배우를 키우는 터전이었는데 떠났다가 34년 만에 다시 돌아오니 너무 좋다"며 "모두 감회가 새로우실텐데 벌써 저 세상에 가고 안 계신 분들 생각도 난다.

이제 관객들이 많이 오셔서 우리 연극을 키워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순재는 "젊었을 때 한창 이곳에서 활동하던 생각이 난다"며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비롯한 많은 작품에 주연으로 이 무대에 올랐는데 이제 좋은 무대를 우리가 다시 찾았으니 정말 좋은 연극들이 공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리어왕'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작품상을 수상한 이병훈이 연출을 맡은 '맹진사댁 경사'는 21일까지 공연된다.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doub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