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선덕여왕 다룬 MBC 드라마로 25일 첫 방송

최근 TV사극을 주도하는 이들은 여자 영웅이다.

조선시대 왕실에서 더는 이야깃거리를 찾기 어려워진 TV 사극은 평민의 성공, 고대사 등으로 소재의 폭을 넓혀가다가 요즘에는 역사 속 여자 영웅에 주목하고 있다.

KBS 2TV '천추태후'에서는 주인공 채시라가 남자 배우 못지않은 액션을 선보이며 '전쟁 영웅'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정려원이 주인공을 맡은 SBS TV '자명고'는 낙랑공주와 호동왕자 설화를 모티브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 이야기를 꾸몄다.

여기에 MBC TV 드라마 '선덕여왕'(극본 김영현ㆍ박상연, 연출 박홍균, 김근홍)이 우리 역사에서 손꼽히는 여자 위인인 신라 선덕여왕을 내세워 25일부터 방송된다.

이 드라마는 기존 '천추태후', '자명고'와 어떻게 다른 여성 영웅 사극의 색깔을 선보일까.

이에 대해 박홍균 PD는 14일 제작발표회에서 "한국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신라를 본격적으로 다룬다"며 "이전 드라마들이 보여주지 못한 신라의 다양한 역사적 모습을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신라는 그동안 백제나 고구려에 비해 남아 있는 유적이 많고 골품제와 화랑 등 흥미로운 소재가 널렸는데도 드라마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광개토대왕이나 왕건 등을 다룬 드라마에서 주변 나라로 언급되는데 그쳤다.

또 이 드라마는 우리 역사상 최초의 여성임금인 선덕여왕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다만 선덕여왕이 된 이후의 이야기 비중은 줄이고 덕만공주(훗날 선덕여왕)가 강력한 견제 세력의 틈바구니에서 남성의 전유물이던 왕의 자리에 도전하는 극적인 과정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타임박스 프로덕션의 윤성호 기획팀장은 "왕이 되려는 권력투쟁과 권위적인 1인 리더십보다는 인재를 등용하고 적까지 포용하는 리더십을 그려낼 것"이라며 "문무를 갖춘 선덕여왕은 훌륭한 영웅인 김유신과 김춘추를 발탁한 후 협동해 뜻을 이루게 된다"고 설명했다.

드라마는 또 신라 화랑도를 주요 배경으로 삼았다.

제사집단이자 군대와도 같았던 화랑도의 세계를 구체적으로 그리게 된다.

드라마의 축은 덕만공주(이요원)과 이에 맞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팜므파탈' 후궁 미실(고현정)로 나뉜다.

덕만공주는 김유신(엄태웅), 김춘추(유승호), 천명공주(박예진), 진평왕(조민기) 등의 인물군을 이끌고 비담(김남길), 세종(독고영재), 설원랑(전노민), 미생(정웅인) 등의 미실파 인물들과 치열한 대결을 펼치게 된다.

'대망'에서 잠깐 사극 연기를 한 이요원은 "정통 사극으로 이렇게 긴 분량을 연기하기는 처음이다.

그동안 내 이미지는 여리고 여성스러웠는데 실제 성격은 그 반대다"라며 "화랑으로 생활하는 모습과 여왕으로 성장하는 과정 등을 통해 나의 보이시한 면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사극 연기와 악역에 도전하는 고현정은 "미실은 아들조차 버리고 황후의 자리를 쫓은 인물"이라며 "매력적인 미실 역이 무척이나 탐이 났다"고 설명했다.

엄태웅에게도 이 드라마가 첫 사극이다.

김유신을 맡은 그는 "김유신은 굉장한 위인인 것이 사실이지만 드라마에서는 바보스러우리만큼 우직한 면이 강조될 것"이라며 "길눈이 어둡고 인간적인 면이 부각되는 등 재미있는 김유신이 그려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예진이 맡은 천명공주는 진평왕의 첫째 딸로 덕만공주의 쌍둥이 언니다.

미실의 견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권력에 관심이 없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두뇌가 뛰어나고 권력의 판세를 읽는 눈도 깊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에덴의 동쪽'에서 '악의 화신' 신태환 역을 맡았던 조민기는 진평왕을 맡아 쌍둥이 딸을 보호한다.

정웅인은 미실의 동생 미생으로 지나치게 풍류를 즐기는 코믹한 연기를 하게 된다.

한편 이 드라마는 '한류'를 일으킨 드라마로 평가받는 '대장금'의 김영현 작가가 집필을 맡는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작가는 일찌감치 60쪽 분량의 시놉시스를 마련하는 등 전체 스토리와 탄탄한 에피소드를 완비해 놓은 상태다.

연출은 '뉴하트'의 박홍균 PD, '이산'의 김근홍 PD가 맡는다.

촬영은 최근 개장한 경주 신라밀레니엄파크의 미실궁궐, 화랑산채 세트장과 용인 드라미아 야외세트장 등에서 진행된다.

(경주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