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미디 영화 '7급 공무원'(감독 신태라, 제작 하리마오픽쳐스)의 흥행세가 심상치 않다.

'7급 공무원'은 저예산 제작이 당연시되는 요즘으로는 적지 않은 42억원의 순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개봉 19일째인 10일 제작사가 손익분기점으로 잡은 240만명을 넘어섰다.

첫 주부터 '노잉', '엑스맨 탄생:울버린', '스타트렉:더 비기닝'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한 주에 한 편씩 대적해야 했으나 밀리지 않았고, 개봉 3주째에는 화제성으로는 훨씬 앞선 박찬욱 감독의 '박쥐'까지 물리쳤다.

'7급 공무원'의 성공은 출발선에서 유리하지 않았으나 영화 자체의 힘으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박쥐'와 비교할 때, '검은 집' 이후 이제 2번째 상업영화를 내놓은 신태라 감독의 이름은 박찬욱 감독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제작비도 60억원보다 적은 42억원인데다, 김하늘과 강지환이 톱스타이기는 하지만 송강호ㆍ김옥빈의 파격 연기에 비해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다.

특히, 올 초 800만명을 돌파했던 '과속 스캔들'의 뒤를 이어 관객들이 무엇보다 '소박한 웃음'에 손을 들어주는 극장가의 경향을 보여준다.

'두사부일체', '가문의 영광' 등 2000년대 초반 욕설과 몸 개그로 웃음을 이끌어냈던 조폭 코미디의 '화장실 유머'와 달리, 유쾌한 상황과 대사, 개성 있는 캐릭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로 상쾌한 웃음을 이끌어내는 영화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자극적인 화제성 때문에 "욕하면서 본다"는 기존 흥행 흐름을 벗어나 기분 좋은 웃음과 명쾌한 이야기 전개로 관객과 평단이 모두 호응했다는 점, 한국에서는 드물었던 첩보 코미디가 성공해 다양한 장르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7급 공무원' 홍보 마케팅을 맡은 퍼스트룩의 강효미 팀장은 "경쟁작이 많아 낙관할 수 없었는데 영화 자체의 힘이 있었다"며 "편안하게 웃을 수 있는 코미디이고 유해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이 없어 가족들이 같이 볼 수 있는 영화로 꼽혔다"고 말했다.

강 팀장은 "시험 끝난 학생들, 볼 것이 없었던 어른들이 함께 몰리면서 다양한 관객층이 형성됐다"며 "뒷심을 받았고, 400개관에 걸려 있어 흥행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