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동유럽의 현대미술이 대거 한국을 찾았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다음 달 17일까지 이어지는 '동유럽 작가 3인전'을 통해서다.

폴란드 출신 화가 슬라보미르 엘스너(33)와 조안나 M 웨직(43),옛 동독 태생의 마틴 마닉(35) 등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에는 정치적 색채가 깔린 회화에서부터 팝아트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그림 30여점이 걸렸다. 1970년대 냉전체제 해체에 따른 문화적 충격이 환상적 사실주의로 표현되는 현대 동유럽 미술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다.

작가들은 오랫동안 구 소련의 식민지로 착취당한 동유럽에서 미술을 통해 문화와 역사의 정체성을 찾는 활동을 벌여왔다. 마틴 마닉의 그림은 미키마우스나 동화 속 캐릭터 등 낯익은 이미지를 담고 있지만 야릇한 미소와 묘한 표정을 통해 동유럽 사회의 무거운 분위기를 전한다.

11살 때 폴란드 혁명을 목격한 슬라보미르 엘스너는 당시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자축하면서 집 벽면에 색을 칠한 것을 재현하듯 클로즈업한 벽면의 부분을 심미적으로 그려냈다.

조안나 M 웨직은 미국으로 이주한 뒤 다시 방문한 폴란드에서 교회와 성을 보고 영감을 얻어 역사적인 인물들이 사용했던 침실을 심리적이고 정치적인 의미를 담아 그렸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이현숙 국제갤러리 대표는 "이들 30~40대 작가는 냉전 해체에 따른 문화적인 충격을 화면에 자유로운 상상력으로 재현해 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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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