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활용해 문화를 즐기고 배우려는 '런치컬처(lunch+culture)족'이 뜨고 있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클래식 · 재즈 강연을 듣거나 와인을 배우고 요리를 직접 만들어 먹는 프로그램이 인기 상한가다. 직장인들은 이런 프로그램에 참가해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풀고,생활의 활력소를 찾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개설한 '샌드위치와 함께 하는 정오의 강좌'는 광화문 일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진 강좌.화요일엔 정준호의 정오의 클래식,수요일엔 노성두의 미술산책,목요일엔 조희창의 클래식 플러스,금요일엔 남궁연의 재즈클럽으로 구성된다. 짧은 시간을 쪼개 듣는 만큼 서서 먹는 샌드위치가 점심식사의 전부지만 수강생들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다.

근처 로펌에 다니며 클래식 강좌를 수강 중인 박모씨(31 · 여)는 "점심시간을 살아있는 공간으로 되살릴 수 있는 데다 취미가 비슷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세종아카데미 관계자는 "문화예술에서 소외된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아 기획했는데 입소문을 타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와인유통 업체인 와인나라는 강남역 근처 와인나라아카데미에서 '와인&런치' 강좌를 개설,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매주 화 · 목요일 낮 12시부터 1시간 동안 총8회에 걸쳐 와인 지식과 매너를 배우는 코스.수강료 6만4000원을 내면 8회에 걸쳐 강의와 함께 다양한 런치메뉴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8000원으로 1회씩 수강할 수도 있으며 정원은 16명.첫날 강좌에 참석한 김모씨(35)는 "회사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데다 점심값만 내면 와인 주문하는 법,와인 시음법까지 배울 수 있다"며 "평소 그냥 흘려보내던 1시간이 알차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라퀴진'은 매주 금요일 낮 12시에 '직장인 요리강좌'를 열고 있다. 실습시간이 1시간 밖에 되지 않지만 미리 세팅된 시연테이블에서 강사를 따라 요리를 만들어보고 시식까지 할 수 있다. 라퀴진 관계자는 "올 1월부터 시작했는데 시간 없는 직장인들이 '퀵 런치'비결을 배우러 많이 몰려든다"며 "1회 수강료도 1만8000원으로 재료비를 따진다면 비싸지 않아 시간 없는 워킹맘들에게 인기"라고 말했다. 총 20명 정원으로 전문 요리강사들이 동양 · 서양 · 퓨전 음식을 번갈아 강의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