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주눅들 필요가 없습니다. 자기만의 느낌과 생각에 충실하면서 떠오르는 대로 상상해 보세요. 그리고 서로 얘기를 나누세요.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함께 나눌 수도 있는 즐거움이 바로 예술의 힘입니다. "(앤서니 브라운)

그림책 분야의 거장 앤서니 브라운을 비롯해 존 버닝햄,헬린 옥슨버리 등 유명 일러스트레이터의 원화 작품이 대거 한국을 찾는다. 오는 4일부터 6월23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동화책 속 세계여행'전을 통해서다.

이번 행사에는 브라운의 《너도 갖고 싶니》 《돼지책》,버닝햄의 《골짜기로 내려간 여우 하퀸》,아니타 제람의 《네 모습 그대로 사랑한단다》,최숙희씨의 《괜찮아》 등 국내외 작가 60명의 작품 430점이 걸린다. 프랑스 작가들의 세련된 원화를 영상설치 · 조각으로 작업한 작품들도 나온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생애,미술사적 의미를 입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는 데다 독특한 이벤트와 다양한 체험까지 맛볼 수 있다.

솔명엔터테인먼트와 공동 주관한 기홍앤컴퍼니의 박민정씨는 "이번 전시는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이탈리아 볼로냐의 '국제아동도서전'과 맞먹는다"고 말했다.

영국 출신 스타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그림책 《미술관에 간 윌리》 《돼지책》 등의 원화 24점을 건다. 브라운은 2000년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상'을 통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작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영향을 받은 그의 작품은 왜곡된 원근법,사물의 크기 변형 등 독특한 기법(데페이즈망 · depaysement)으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시각적인 재미를 준다. 5월5일 어린이날에는 사인회도 열 예정이다.

세계적인 동화 작가 존 버닝햄 역시 솔직한 이야기와 유머가 넘치는 '버닝햄표' 작품 20점을 출품한다. 버닝햄은 콜라주 기법과 크레용,파스텔,펜,컬러 펜슬,분필 등의 혼합 재료로 현실과 환상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말썽쟁이 여우가 가족들을 구하는 이야기를 담은 《골짜기로 내려간 여우 하퀸》은 녹색,빨강,브라운 계통의 색감으로 꽃밭과 붉은 황혼 등을 표현해 눈길을 끈다.

이 밖에 아크릴,종이,거울 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아이들의 사고와 감성을 자극하는 프랑스 작가 에르베 튈레의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1993년 아일랜드의 '비스토 아동도서상'을 받은 아니타 제람의 《네 모습 그대로 사랑한단다》,헬린 옥슨버리의 《우연놀이》 등도 원화로 만날 수 있다.

전시 외에 프랑스의 유아미술 교육가 에르베 튈레가 참여하는 체험공간 '감성 아틀리에'가 설치되고 어린이들이 그림책을 마음껏 골라 읽을 수 있는 '상상도서관'도 마련된다. 관람료는 8000~1만원.(02)585-9991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