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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공개되지도 않았는데 이름값만으로 이렇게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영화감독도 드물다.

박찬욱 감독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이후 2년4개월 만에 내놓는 신작 '박쥐'로 복귀를 예고하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박쥐' 제작진이 31일 오전 서울 압구정 CGV에서 제작보고회에서 공개한 영화 일부와 메이킹 필름은 명암과 색감의 대조를 활용한 영상미와 인간의 욕망과 도덕적 딜레마의 문제를 헤집어보는 주제의식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

존경받던 신부 상현(송강호)이 백신 개발 실험에서의 사고로 뱀파이어가 된 뒤 친구 강우(신하균)의 아내이자 묘한 매력을 가진 여자 태주(김옥빈)와 사랑에 빠지고 강우를 죽이자는 태주의 꼬임에 휘말린다는 게 줄거리다.

생명을 존중하고 윤리를 지켜야 할 신부가 피를 갈구하는 뱀파이어가 되고 쾌락에 탐닉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통해 죄와 구원의 문제를 탐구한다는 것.

홍보팀이 영화 장르를 '뱀파이어 치정 멜로'라고 이름붙였듯이 러브라인도 뚜렷하고, 코믹 연기를 버리고 고뇌하고 갈등하는 캐릭터를 맡아 와이어 액션에까지 도전한 송강호의 연기 변신도 주목된다.

조상경 의상감독, 박현원 조명감독 등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에 참여했던 스태프들이 다시 뭉쳤고, 목관악기와 현악기의 무겁고도 애절한 음악의 선율도 전작들에 이어 여전하다.

'박쥐'의 미국 투자사 포커스피처스의 제임스 샤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렇게 사랑영화이면서 공포영화의 느낌도 있는 영화는 히치콕의 '현기증'을 비롯해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고 칭찬했다.

언론과 팬들의 뜨거운 관심은 분명하지만 상업적인 흥행에 대한 예상은 엇갈린다.

2006년 말 개봉한 박 감독의 전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가 흥행 면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하면서 '박찬욱 이름값'을 활용한 마케팅이 더는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는 330만명, 이영애 주연의 '친절한 금자씨'는 370만명을 모았지만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는 한류스타 비와의 만남, 전작들보다 '덜 잔인한' 내용으로 기대를 모으고도 70만명이라는 참담한 성적을 거뒀다.

과감한 소재와 줄거리, 무거운 주제, 비정한 표현방식 때문에 대중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요즘 관객들이 색깔이 분명한 영화들을 선호하고 작가주의 영화에 호의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으므로 무난히 흥행할 수 있으리라는 의견도 있다.

박 감독은 '박쥐'에 대해 "내 작품들의 우열을 정하기는 어렵지만 워낙 오랫동안 기획한 영화라 애착이 가장 크고 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송강호도 "2009년 최고의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