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겨퀸' 김연아가 지난 2월에 이어 다시 한 번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세계를 또 한번 깜짝 놀라게 했다.

이제는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처음인 '꿈의 200점' 돌파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연아(19·고려대)는 28일(한국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6.12점을 획득, 자신이 지난달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세웠던 역대 최고기록(72.24점)을 50여 일 만에 갈아치웠다.

이제 김연아의 목표는 29일 오전에 열릴 예정인 프리스케이팅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인 133.70점에 도전하는 것이다. 이 기록은 지난 2007년 그랑프리 5차 대회 '러시아컵'에서 세웠던 기록으로, 이를 달성할 경우 새로운 채점제(뉴저징시스템)가 도입된 2002~2003 시즌 이후 여자 싱글 선수로는 처음으로 200점대를 돌파하게 된다.

목표 달성을 하지 못하더라도 최소 123.88점 이상만 얻으면 피겨 사상 처음으로 '꿈의 200점'을 돌파하게 된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33.70점 최고 기록 이외에도 지난해 11월에 중국에서 열린 컵오브차이나 대회에서 128.11점을 기록한 바 있다. 또 그 앞서 10월 미국 대회에선 프리스케이팅에서 123.95점을 받으바 있다.

그동안 여자 싱글에서 총점 200점은 난공 불락이며 꿈의 점수였다.

세계 여자 피겨 역사상 국제대회에서 200점을 넘겼던 선수는 단 1명도 없었다. 김연아의 동갑내기 라이벌 아사다 마오(일본)가 지난 2006년 NHK트로피 대회에서 199.52점을 기록한 적이 있지만 200점에는 미치지 못했다.

물론 아사다는 2006년 일본선수권대회에서 총점 211.76점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 국내대회 결과로 국제적으로 공인 받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김연아가 만약 200점을 넘긴다면 또 한 번 세계피겨역사를 다시 쓰게 된다.

지난 2월 캐나다 벤쿠버 퍼시픽 콜리세움에서 열린 200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2.24점을 받아 200점 도전에 나섰지만 프리스케이팅에서 시즌 최저점수인 116.83점에 머물러 아쉽게 합산 점수 200점 돌파에 실패했었다.

그러나 지난 2월 대회와는 상황이 다르다. 우선 김연아의 컨디션이 최고조라는 점에서 대회장 주변에는 김연아가 여자 피겨 역사상 처음으로 총점 200점을 넘기는 것 아니냐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 김연아 스스로도 높은 난이도의 기술보다는 무난한 기술로 완벽한 경기에 도전한다는 계획이어서 200점 돌파가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지난해 2월 대회에서 같은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꿈의 200점' 돌파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대회 안팎에서 '꿈의 200점' 돌파에 기대가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무덤더만 반응이다.

김연아는 이날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200점 돌파는 관심이 없다"며 "난 단지 내가 연습한 대로 연기를 펼치고 싶을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본인 스스로 200점이라는 목표에 의식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했던 기분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새로운 각오로 프리스케이팅을 펼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경닷컴 박세환 기자 gre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