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의 고달픈 삶과 현실을 다룬 영화가 개봉 12일 만에 약 160만명의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우는 등 흥행에 성공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12일 동시 개봉된 영화 `규네시 굘둠(태양을 보았네)'은 터키의 유명 인기가수이자 쿠르드 출신 감독인 마흐순 크르므즈 귤이 직접 시나리오와 제작, 감독, 주연까지 맡은 야심작.
터키 동부 산간 지역에서 목축업을 하며 소박한 생활을 일궈가던 평범한 쿠르드 일가족이 PKK(쿠르드 반군) 소탕 작전에 나선 터키 정부의 이주명령에 따라 고향을 떠나면서 일어나는 비극적인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

크르므즈 귤은 이 영화에서 1980년 초반부터 터키 동남부 지역을 배경으로 이어진 터키 군과 쿠르드 반군 사이의 무력 충돌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대도시로 무작정 이주하거나 유럽 국가들로 밀입국 하는 쿠르드인들의 현실을 치밀하게 그려냈다고 터키 일간 악샴은 전했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를 직접 만들어 현실감을 살린 데다 감독 자신이 직접 주연 배우로 연기해 그동안 소외됐던 쿠르드족의 현실을 마치 자신의 이야기처럼 진솔하게 전달한 게 주효했다는게 영화계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동안 쿠르드족의 삶과 현실을 다룬 영화들이 선보였지만 대부분 민족 정체성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이거나 터키 정부를 고발하는 식이어서 작품성이나 관객 동원 부분에서는 많은 결실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규네시 굘듐은 작품성에서도 호평을 받으면서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간 라디칼은 "두 민족 간의 사회적 모순과 혼란을 작가가 평화와 희망이라는 의지를 갖고 절제된 목소리로 표현하고 있다"면서 "탄탄한 시나리오와 동부 산악 지역의 경관, 배우들의 완숙한 연기, 체코 오케스트라의 배경 음악도 영화의 예술성을 부각시켰다"고 평가했다.

라디칼은 특히 크르므즈 귤에 대해서도 "터키 사회 내에서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주제를 과감하게 다룬 매우 용감하고 성공적인 예술인"이라면서 "터키 영화계에서 전설적인 감독으로 인정되는 규네이 열마즈의 대를 이을 만한 인물"이라고 호평했다.

한편 터키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요구하고 있는 쿠르드족은 터키군과의 교전 등으로 3만2천명이 희생됐으며, 동부지역의 약 3천여 마을에 살고 있던 100만명 이상의 쿠르드인들이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됐다.

(이스탄불연합뉴스) 정은경 통신원 inci713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