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빅뱅과 가수 타블로 등 연예계 스타들의 책이 인기를 끌면서 출판가에 '팬덤(fandom) 바람'이 일고 있다.

팬덤은 '어떤 인물이나 분야에 열광하는 문화현상'을 가리키는 용어.

올해 초 나온 빅뱅의 자기계발서 《세상에 너를 소리쳐》(쌤앤파커스)가 석달 새 30만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우면서 팬덤 신드롬을 주도하고 있고,지난해 출간된 가수 타블로의 소설집 《당신의 조각들》(달)과 《현영의 재테크 다이어리》(청림출판)도 16만여부나 팔리며 이 같은 열기를 확산시키고 있다.

여기에 영화배우 차인표가 25일 소설 《잘가요 언덕》을 출간하고 '꽃보다 남자'의 탤런트 구혜선이 내달 초 일러스트 픽션 《탱고》를 내놓으면서 '팬덤 붐'에 가세할 전망이다.

특히 《세상에 너를 소리쳐》는 청소년팬뿐만 아니라 학부모,기업 최고경영자들의 관심을 모으며 사회 전반의 문화 코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인 삼성SDS 사장은 최근 간부들에게 이 책 300권을 선물하고 교육 지침서로 활용하도록 했다. 빅뱅 멤버들이 시련을 딛고 성공하기까지의 체험을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어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하며 직접 작사 · 작곡까지 해온 팀 리더인 G-드래곤을 비롯해 이들 멤버는 일찍 목표를 정하고 최소한 2만시간 이상 훈련에 매진해온 노력파다.

팬덤 관련서의 주제와 소재도 다양하다. 에세이뿐 아니라 소설,자기계발서,재테크 · 어학서적 등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있다. 빅뱅이 스타로 성공하기까지의 노력에 초점을 맞췄다면,차인표는 1930년대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마을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평화와 용서'의 메시지를 전한다.

구혜선은 첫사랑의 추억과 20대의 성장통을 풀어낸다. 이에 앞서 배두나는 여행 사진을 곁들인 《두나's 런던놀이》,조혜련은 일본 체류 경험을 살린 《박살 일본어》,이적은 소설집 《지문 사냥꾼》 등을 펴냈다.

이들 책은 다양한 수익 모델 창출과 함께 스타들의 매력 마케팅과도 직결된다. 빅뱅의 소속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빅뱅 책의 총매출액이 45억원을 넘어섰는데 음반시장 침체로 앨범 판매수익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상황에서 이는 적잖은 액수"라고 밝혔다.

외국의 경우에도 '팬덤'은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일본에서는 1950년대 말부터 SF팬덤과 만화팬덤,애니메이션팬덤을 통해 《산리오 SF문고》 등의 베스트셀러를 낳았다. 미국에서는 연예계 뿐만 아니라 전 · 현직 대통령들의 베스트셀러로 확산됐고,영국에서는 왕실 관련서들의 대량 출판으로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가수 조용필의 '오빠부대'와 1990년대 가수 서태지,2000년대 팬클럽들을 거쳐 최근의 팬덤 신드롬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팬덤 신드롬도 책의 질적 차별성 없이 이미지에만 기댄다면 반짝 관심에 그치고 만다. 대중문화평론가 김봉석씨는 《기획회의》 최근호에서 "빅뱅의 책은 스타에 관한 신상 정보가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스타가 될 수 있었는지,어떤 장점을 지니고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알려주면서 자기계발서 역할까지 했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라며 "책의 컨셉트와 내용이 맞지 않는데 마케팅만 앞세우는 경우는 독자들이 외면한다"고 지적했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