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한국영화에서 엉뚱하고 특이한 캐릭터들이 뛰논다.

집에만 처박혀 있으면서 제 할 일은 다 하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별다른 이유 없이 남의 집을 점거하는 정체불명의 여자 등 성격도 독특하고 그림 복원 전문가, 국가정보원 요원, 조선시대 사설탐정 등 직업도 색다르다.

한동안 멜로, 스릴러 등 장르적 특성에 의지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영화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캐릭터를 앞세워 보는 재미를 주려는 영화들이 한층 늘어났다는 뜻. 관객들이 이런 시도에 얼마나 호응할지 주목된다.

◇'엉뚱남녀' 만나다 = '김씨 표류기'와 '우리 집에 왜 왔니'는 '색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엉뚱한 남녀 캐릭터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린 영화다.

30일 개봉하는 '김씨 표류기'에는 캐릭터 단 2명, 장소 단 2곳만 나온다.

주인공은 자살 기도가 실패로 끝나 한강의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정재영)와 좁고 어두운 방이 세상의 전부인 히키코모리 여자(정려원)다.

남자는 죽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무인도에서 '야생'의 삶을 살기 시작하고, 집에 틀어박혀 달 사진 찍기, 홈피 관리, 하루 1만보 달리기 등 나름대로 생활리듬을 가지고 살아가던 여자는 이 남자를 관찰하기 시작한다.

9일 개봉하는 '우리 집에 왜 왔니'에도 정체가 모호한 캐릭터 자체가 이야기의 주요 얼개다.

세상을 비관해 3년째 자살만 시도하던 남자 병희(박희순) 집에 알록달록한 빈티지 옷을 껴입은 이상한 차림새의 여자 수강(강혜정)이 "다녀왔습니다"라며 쳐들어와 병희를 감금한다.

수강은 "마당에 파묻어야 할 놈이 있다"고 알 수 없는 말을 하고, 종일 창밖으로 누군가의 집을 감시한다.

'우리 집에 왜 왔니' 제작진은 "이 영화를 멜로, 코미디, 휴먼드라마 중 어느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다"며 "이상하지만 사랑스러운 캐릭터가 신선함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범한 직업은 가라 = '그림자 살인', '7급 공무원', '인사동 스캔들'은 주인공들의 직업으로 승부를 거는 영화다.

2일 개봉하는 '그림자 살인'은 일제강점기 조선에 '받은 만큼 값을 하는' 사설탐정이 활약했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추리극이다.

중절모를 걸쳐 쓰고 담배를 문 탐정 홍진호(황정민) 옆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발명가 순덕(엄지원)이 있다.

23일 개봉하는 '7급 공무원'도 제목부터 직업이다.

서로 정체를 모른 채 만나다가 헤어진 이후 같은 작전에서 마주친 국가정보원 특수요원 수지(김하늘)와 재준(강지환)의 대결을 그린 이 영화는 사건 해결보다는 직업상 서로 속고 속이느라 벌어지는 해프닝에 집중한다.

30일 개봉하는 '인사동 스캔들'에는 천재적인 회화 복원 전문가(김래원)가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큰손(엄정화)의 제의로 '벽안도' 복제에 나선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인사동의 '살아있는 족보' 권마담(임하룡), 욕쟁이 형사(홍수현), 미모의 미술품 사기꾼(최송현) 등 조연들을 동원해 '사람 보는 재미'를 주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