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집으로 가는 길'서 철부지 의사 역

심형탁은 오래된(?) 배우다.

2001년에 데뷔했고 꽤 많은 작품에 참여했다.

그 사이 군대도 다녀왔고 복귀한 뒤 두 편의 문제작에도 출연했다.

'아내의 유혹' 김순옥 작가의 전작인 MBC TV 아침드라마 '그래도 좋아'를 통해 주부들로부터 인기를 얻었고, MBC 시트콤 '크크섬의 비밀'을 통해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여전히 그의 이름과 얼굴을 헷갈리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연예가중계'에도 제 이름이 '신형탁'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참 속상했어요. 제 이름이 좀 어렵죠. 흘려들으면 기억하기 쉽지 않고요. 기사에도 이름이 잘못 나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올해는 부디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리고 싶어요."

심형탁(31)은 이런 슬픈(?) 이야기를 하면서도 마치 남의 일인 듯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남들은 그런 그를 보고 '개그맨의 피가 흐른다'고도 한다.

그는 현재 KBS 1TV 일일극 '집으로 가는 길'에 출연 중이다.

정형외과 의사지만 철이 없어 사고를 잘 치는 다소 대책 없는 민수 역이다.

명색이 의사지만 환자를 진료하거나 수술하는 장면은 없고 늘 돈 문제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저도 의사라고 해서 좀 멋지게 그려지나 했는데 가운만 입고 나왔지 진료는 거의 안 해요. 집에 가서도 게임하며 놀고.(웃음) 하지만 민수가 가장 현실적인 의사의 모습을 그린다고 생각해요. 요즘 의대를 나와도 취직 못하거나 돈을 못 버는 의사들이 많잖아요. 민수가 돈 때문에 고민하는 것 역시 병원 운영이 어렵기 때문인데, 문제가 된 돈이 8천만 원이라는 사실 역시 이 드라마가 얼마나 현실적인지 보여줍니다."

그는 "철부지이긴 하지만 난 민수가 옳다고 생각하고 연기하고 있다"며 웃었다.

심형탁은 요즘도 지하철과 버스를 종종 이용한다.

그렇게 다녀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많은 작품에 주조연으로 출연했는데 사람들이 잘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래서 편하긴 했지만 답답하기도 했죠. 그런데 언젠가부터 '쟤 심형탁이잖아'라고 수군대는데 기분이 좋더라고요. (웃음) 그렇다고 달려들어 사인까지 받아가는 단계는 아니지만 이만하면 많이 발전했죠."

그는 "군에서 복귀한 뒤 아침드라마와 저녁 시트콤을 지나 저녁 일일극에까지 올라왔으니 뿌듯하다. 이제는 오후 10시대 미니시리즈를 공략할 것"이라며 웃었다.

"제대 후 일일극만 세 번째인데 제 스스로 굉장히 단단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요. 지구력도 좋아지고 여유도 생겼어요. 사실 '크크섬의 비밀'이 터져주기를 바랐는데 잘안돼 아쉬웠어요. 하지만 지나간 것만 생각하고 있을 수는 없죠."

데뷔 9년차. 그러나 그는 '신인상'을 노린다.

"많은 분들이 제가 누구인지 여전히 헷갈리시는데 신인상을 노려도 되지 않을까요?(웃음) 지난 9년간 '잘 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언제나 신인이라는 마음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전에 점을 보면 만으로 서른한 살 때 터진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올해다"라며 "요즘 같은 시기에 일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지만 이왕이면 내가 어떤 배우인지 확실히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pret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