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서 소송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요즘은 영화나 TV쇼가 시작도 하기 전에 복잡한 소송에 말려드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최근 버라이어티와 AP통신에 따르면 영화 '왓치맨(Watchmen)', '프로젝트 런웨이(Project Runway)', '호빗(The Hobbit)', 브루스 윌리스의 '조앤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Three Stories About Joan)' 등이 법정공방을 거쳤거나 진행 중이다.

이런 소송에 따라 요즘 할리우드에서는 작가, 배우, 감독, 제작자보다는 판사와 변호사에 의해 영화 개봉과 TV쇼 방영이 결정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개봉한 제작비 1억2천500만 달러짜리 영화 '왓치맨'의 소유권을 놓고 배급사인 워너 브라더스와 원 저작권자인 20세기 폭스가 연방법원에서 지겨운 법정 싸움을 벌인 끝에 지난 1월 합의를 봤지만 연예산업 전문 변호사들이 다양한 해석을 내릴 정도로 복잡한 케이스였다.

브라보 케이블 채널의 인기 리얼리티TV쇼 '프로젝트 런웨이'의 경우 그나마 계약서가 있던 '왓치맨'과 달리 제작 스케줄에 맞추느라 계약서 없이 방영을 시작한 상황이어서 이 소송을 다룬 뉴욕주 법원이 골머리를 앓았다.

제작사인 와인스틴 컴퍼니와 브라보 채널의 모회사인 NBC 유니버설 사이에 계약서가 없는 상황에서 '프로젝트 런웨이'의 새 방송사인 라이프타임에 방영권이 있느냐가 이 소송의 쟁점이었다.

NBC 유니버설은 계약위반으로 와인스틴 컴퍼니를 고소했고, 결국 뉴욕 판사는 새 시즌의 방영을 불허해 와인스틴 컴퍼니가 지난달 마지막회를 몰래 촬영한 시즌 6의 경우 방영 날짜가 불투명하다.

'호빗'과 '반지의 제왕'의 원작자 J.R.R. 톨킨의 상속자들은 '반지의 제왕'의 제작사인 뉴라인 시네마가 자신들에게 약속한 수익의 일부를 주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뿐만 아니라 '호빗'의 개봉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했다.

전 세계에서 6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 '반지의 제왕' 3부작의 프리퀄(전편) 형식인 '호빗'은 '판의 미로'의 기예르모 델 토로가 감독할 계획이지만 아직 촬영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블록버스터만 법정싸움에 말려드는 것이 아니다.

올해 선댄스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 수상작인 독립영화 '푸시(Push: Based on a Novel by Sapphire)'의 배급권을 놓고 와인스틴 컴퍼니와 라이언스게이트 필름이 뉴욕과 캘리포니아주에서 송사에 들어갔다.

이 두 회사는 서로 자신들이 적법한 배급권 계약을 제작자와 체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 뮤직비디오 감독인 존 랜디스는 잭슨이 '스릴러'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드는 계획을 막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랜디스 감독은 소장에서 자신이 '스릴러'의 모든 권리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달 27일 제작사들로부터 계약위반 소송을 당한 브루스 윌리스는 지난 5일 '조앤에 대한 세가지 이야기'의 제작사들을 상대로 870만 달러 손해배상 소송을 로스앤젤레스 지법에 접수했다.

아무 통보없이 감독을 그만 뒀다는 이유로 피소된 윌리스는 제작사들이 이 영화를 만들 제작비 2천만 달러를 모두 조성했다고 자신에게 거짓말했다고 소장에서 밝혔다.

또 윌리스는 제작사들이 자신의 출연료를 최소한 촬영 7일 전에 송금하기로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해원 통신원 matrix1966@yna.co.kr